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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칼럼] 촌철살인으로 국민 좀 웃겨봐라

병종구입 화종구출 (病從口入 禍從口出). 입으로 인해 병도 생기고 화도 부른다는 뜻으로 중국 송나라 이방이 편찬한 태평어람 인사편에 나온다. 우리 속담에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구시상인부 (口是傷人斧)와 비슷한 말이다.

 

삼촌지설 강어백만지사 (三寸之舌 彊於百萬之師). 세치 혀가 백만 명의 군대보다 더 강하다는 뜻으로, 뛰어난 말재주를 일컫는다. 중국 전한의 사마천이 지은 사기에 적혀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말을 함부로 했다간 큰 화를 당하기 쉬운 요즘 새겨들을 경구들이다.

2년전 우리곁을 떠난 소설가 박완서 선생의 단편 전집 7권이 지난달 모두 완간됐다. 딸 호원숙 씨가 쓴 서문에 ‘촌철살인도 살인이라, 하면 안 되는 건데’라며 어머니와 나눈 일화를 적었다. 호씨는 평소 말수가 적던 어머니의 말이 마치 혼자서 하는 반성처럼 들리기도 하고 자기를 타이르듯이 하는 말 같아서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개인사나 상거래나 국가간 협상 모두 세치(약 10㎝) 혀의 힘은 참으로 크다. 패가망신을 시킬 수도 있고 기업과 국가를 위기에서 구할 수도 있다.  

어제 홍익표 민주당 원내 대변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출생 문제를 언급한 발언으로 정치적 파장이 일고 있다. 홍의원은 브리핑에서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란 책을 인용하며 ‘귀태(鬼胎)’ 즉 ‘태어나지 말아야 할’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금도를 넘어선 막말로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도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불쾌지수가 높은 요즘 쓸데 없는 말로 기자들만 지면을 할애하며 시간낭비를 했다.

원내 대변인라면 촌철살인의 표현으로 상대방을 당황케 하거나 감동시킬 수 있는 세련된 언어가 얼마든지 있다. 우선 오가는 말에 상호 신뢰가 있어야 되는 데 막말만 횡행하니 민생 정치는 먼나라 이야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중국 방문에서 인용한 중국 고전 명구절들은 한중 양국 국민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선주붕우 후주생의(先做朋友 後做生意). 비즈니스를 하기 전에 먼저 친구가 되라는 중국 속담이다. 장사에서 먼저 사람과의 신뢰와 의리를 구하면 이익은 저절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 (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폐구심장설 안신처처뢰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 입은 화의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간직하면 몸 편안히 간 곳마다 튼튼하다. 풍도(馮道)의 설시(舌詩)다. 오죽하면 혀를 주제로 시까지 썼을까.

귀태(貴態)는 고귀한 태도나 모습을 뜻한다. 소위 방귀깨나 끼는 귀태(貴態)있는 정치인들의 고상한 입에서 시중잡배도 않쓰는 귀태(鬼胎) 망발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란다.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은 정작 귀태를 생각없이 함부로 내뱉는 정치인들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정치는 좋게 말하면 협상이지만 상거래처럼 물건을 사고 파는 흥정의 영역도 크다. 상거래에선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먼저 싹터야 본격적인 거래가 이뤄진다. 고려와 조선시대 탁월한 상술로 크게 성공한 개성상인들의 비밀 무기는 신용과 근검절약이었다. 물론 한양 인근에 있으면서 서쪽으로 중국무역과 연결될 수 있는 개성의 지리적 잇점도 컸다. 

모처럼 남북 대화물꼬를 트고 있는 개성공단 문이 활짝 열려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이 속히 재개되었으면 한다. 남북간 신용을 최우선시 했던 개성상인 정신이 지금 필요하다. 남북 당국자와 언론 모두 앞선 말장난이나 상대방에게 상처를 남기는 말들은 자제했으면 한다.

갑을 관계나 여야 국회의원, 남북 당국자간 먼저 친구가 되어 의를 구하면 이익은 절로 온다는 것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