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재경칼럼] 조여야문과 새누리당 도둑질

사초 실종이 한 달 넘게 정치권을 실종시키더니 결국 검찰을 불러들였다. 새누리당은 어제 국가기록원에 보관되어 있어야 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폐기 의혹 관련자 전원을 서울 지검에 고발했다. 여야가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다’는 공식 결론을 내린 지 사흘 만이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지만 국정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관련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으로 ‘장군’을 불렀고 이참에 국가기록원 대화록 원본을 열람해보자고 달려들었는데 대화록 원본 자체가 없으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국회에서 진행중인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국정 조사는 막말이 오가며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들은 이래 저래 장기판의 졸이었다.

어찌됐든 민주당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국정 조사가 새누리당의 사초 폐기 의혹 고발이 맞붙으면서 결국 민주당이 수세에 몰리는 양상이다.

사초(史草)는 사관(史官)이 매일 기록한 초고(草稿)로 실록·일기 등 역사 편찬의 첫 번째 자료다. 예나 지금이나 1급 국가 비밀로 다루는 중요 자료로 절대 공개해서는 안되는데 이번에도 사초가 화를 불렀다.

사초 문제는 515년전 조선시대 때 일어난 무오사화(戊午士禍)가 최초다. 성종 때 학자 김종직이 쓴 조의제문(弔義帝文)이 발단이 되었다. 조의제문은 세조(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을 빗대 중국 초(楚) 나라의 항우(項羽)가 왕 의제(義帝)를 죽여 폐위시킨 사건을 안타까워 쓴 글이다.

세조에게 죽음을 당한 단종(端宗)을 의제에 비유함으로써 세조의 찬탈을 은근히 비난하였는데 이 일로 이미 죽은 김종직은 대역죄로 몰려 관에서 꺼내 목을 베는 부관참시(剖棺斬屍)를 당했고 20여 명이 넘는 사림파 관료들은 사형과 파직 그리고 유배의 길을 떠나야 했다.

지난 24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사초는 군왕이라도 함부로 열람할 수 없다며 사초 범죄를 참수로 벌했다는 섬뜩 발언을 하자 어제 민주당 서울시당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남재준 국정원장, 권영세 주중대사, 김무성 의원 등은 목에 콘크리트로 깁스하고 다녀야 할 것 같다고 쏴붙였다.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 공개후 새누리당은 사초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내지도 않았지만 대화록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자 돌변해 연일 사초 공세를 펴고 있고 민주당은 사초라는 용어를 꺼리고 있으니 꽈배기처럼 단단히 뒤틀렸다. 공수가 완전 뒤바뀐 셈이다. 

국가기록원 대화록도 사초고 국정원이 보관해온 대화록도 다같은 사초다. 여야 모두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 나무라고 있으니 경기 규정대로라면 한 골씩 주고 받아 일대 일이다. 향후 검찰은 사초 무단 공개와 함께 사전에 사초를 은밀하게 보고 정보를 공유한 관련자들을 성역없이 수사하고 죄를 물어야 한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도둑질한 것도 여야 합의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민주당의 특검 도입을 거부하며 검찰 고발을 강행했다.

더 이상 국민들은 사초게이트, 사초증발, 사초실종, 사초범죄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본질은 지난 대선때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노무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선거 이용,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진실 규명이다.

황대표의 참수 발언날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내의 ‘많이 본 동영상’ 차트 1위에 등극했다. 조회수 17억 뷰를 돌파하고 후속곡인 ‘젠틀맨’도 10위를 달리고 있어 ‘월드 스타’ 싸이의 저력을 맘껏 발휘하고 있다.

여야도 이젠 사초가 부른 사면초가 정국을 검찰 수사에 맡기고 민생 챙기는 본업에만 충실해라. 그것이 진정 여의도 스타일이고 소위 방귀깨나 뀐다는 젠틀맨들이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이번 국정원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은 여야의 ‘장군’ ‘멍군’이 아니라 민생경제를 쪽박내자고 의도적으로 달려드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

이제 조의제문(弔義帝文)이라고 쓰고 조여야문(弔與野文)이라고 읽어야 되겠다. 여의도는 지금 민생은 안중에도 없고 한치 양보도 없는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정치 사망이다.

속이 뻔한 정쟁을 그만두라고 국민의 이름으로 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