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원위원회를 열어 신세계·이마트의 신세계SVN 등에 대한 부당지원과 관련해 허인철 이마트 대표이사와 신세계그룹 임원 2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5월말 검찰의 고발요청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공정위의 고발 대상에서 정용진 부회장이 빠진 것인데,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검찰의 고발요청 당시부터 정용진 부회장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3월말 정용진 부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잠정결론에 대해 크게 실망했지만, 이후 검찰이 공정위에 고발요청을 함으로써 정용진 부회장 등은 최소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사법처리 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바와 같이, 검찰은 애초부터 정용진 부회장을 사법처리할 계획이 없었고, 단지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한 출구전략을 모색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명백한 봐주기 수사다.
경제개혁연대의 경우 작년 10월23일 신세계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과 관련해 정용진 부회장 등 신세계 및 이마트 임원 3명을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는 공정위가 신세계와 이마트 등이 판매수수료율을 과소책정하는 방식 등으로 총수일가인 정유경 부사장이 지분을 보유한 신세계SVN 등에 총 62억여원을 부당하게 지원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행정제재인 과징금만을 부과하고 형사처벌을 위한 고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권 규정으로 인해 공정위가 직접 고발하거나 또는 검찰총장(최근 법 개정으로 감사원장·중소기업청장·조달청장 등으로 확대)의 고발요청에 따라 공정위가 고발한 경우에만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능한 것이다.
경제개혁연대의 고발 건에 대해 검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 11월 말 경영전략실을 포함 신세계그룹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의지를 보였고, 올해 2월 정용진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와 정유경 부사장에 대한 서면조사까지 마쳤다.
그런데 올해 2월 중 결론을 내리겠다던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를 연기하고 정용진 부회장에 대한 배임 혐의 적용 여부를 좀 더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지난 3월21일 정용진 부회장에 대해서는 불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함께 고발된 대표이사 중 일부에 대해 기소 여부를 고민 중이며, 발표시기와 수위를 고심하는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여전히 정용진 부회장, 최병령 전 이마트 대표이사, 허인철 이마트 대표이사에 대한 배임 혐의 고발 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5월 말 신세계 부당지원 사건과 관련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최근 공정위는 전원위원회를 열어 허인철 이마트 대표이사와 신세계그룹 임원 2명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공정위가 검찰로부터 고발요청을 받은 대상자 가운데 정용진 부회장과 최병렬 당시 이마트 대표이사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사실이 이번 공정위 고발을 통해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계열사 부당지원에 관한 것이고, 경제개혁연대는 공정위 의결서의 사실관계를 근거로 배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형사고발을 한 것이므로, 배임 혐의 피고발인과 부당지원의 고발요청 대상이 다르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유독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정용진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사실상 불기소하는 것으로 잠정결론 내리고,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고발요청 대상에서도 제외한 것이다.
신세계의 계열사 부당지원행위는 총수일가가 지원주체와 지원객체 모두에 지분을 보유한 대표적인 사익편취 행위라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정용진 부회장의 관련성 여부는 이미 공정위 조사과정에서도 드러났고, 또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에 비추어 볼 때 정용진 부회장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검찰이 정용진 부회장을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행위로 기소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