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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희망버스 사태] ④ 폭력으로 유지되는 치외법권 지대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현대차와 정몽구 회장에게 비정규직 문제 관련 대법원 판결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현대차 희망버스'가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행사 취지와 달리 양측의 폭력 문제만이 집중 부각되고, 대다수 언론사들이 현대차 측에 유리하게 상황을 왜곡보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현재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인권단체연석회의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로 구성된 인권침해감시단은 '현대차 희망버스 인권침해감시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 희망버스가 왜 시작됐으며 진행과정 및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알아본다.

◆ 현대차 희망버스 사태

① 비정규직 문제, 안하무인의 10년

② 집회시위 권리 박탈, 예정된 충돌

③ 쇠파이프, 낫…작심한 사측

④ 폭력으로 유지되는 치외법권 지대

◆ 예정된 집회의 사전차단

희망버스가 출발을 예고한 그 이후부터 현대차와 경제단체, 보수단체들은 희망버스에 대한 비난의 공격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으로 집회장소인 정문을 봉쇄하고 펜스를 치고, 컨테이너 벽을 세우는가 하면 반대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희망버스가 제기하는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의 문제와 법원의 판결대로 정규직전환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실종됐고, 집회시위의 권리마저 박탈당했다. 안정적인 집회장소를 확보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정문 앞에 차려진 고(故) 박정식 씨의 분향소를 수차례 파손하는 폭력행위를 일삼았다.

집회 개최가 회사에 의해 방해받는 것에 대한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예정했던 정문 앞 집회가 어려워져 집회장소를 변경하고 3공장 앞으로 이동했지만 역시 경찰에 의해 봉쇄됐다. 참가자들이 정문으로 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감시단이 정문상황을 보기위해 갔을 때 현대차 사측의 관리자, 경비용역은 욕설을 퍼부으며 접근을 방해했다.

현대차 사측에게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가 회사 앞에서 진행되는 것은 회사와 경찰에 의해 이미 사전적으로 차단된 상태가 됐다.

◆ 계획되지 않았지만 예정된 충돌

경비용역과 희망버스 참가자 사이의 물리적 충돌은 2시간 여 동안 지속됐다. 공장 안으로 진입하려는 참가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비용역들의 싸움이었다.

희망버스 이후에 현대차와 경찰, 보수언론들은 공장 진입을 위한 참가자들의 불법행위가 폭력사태를 불러왔다며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당일 공장 진입 시도를 비난하기 전에, 희망버스가 현대차 경영진과 만나기 위해 노력한 것, 노동부, 대법원의 불법파견, 직접고용 판결에도 불구 이를 도리어 묵살하고 있는 현대차의 불법경영 행태를 먼저 짚어야 한다.
 
희망버스 기획단은 사전에 현대차 경영진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그 뒤 울산 공장에서 마주친 것은 경찰과 경비용역, 보수단체 회원들로 둘러싸인 공장 정문이었다.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 있는 해명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의도적 무시였다. 행정부, 사법부의 결정도 무시하고, 사회적 대화마저 외면하는 현대차 측의 모습을 보고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느낀 것은 무력감과 분노였다.

당일 공장 진입이라는 '불법 행위' 이전에 10여 년에 걸친 현대차의 거대한 '불법 행위'가 있었고, 어느 누구도 계획하지 않았지만 20일 현장 충돌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었다.

◆ 공권력으로도 제어되지 않는 경비용역의 폭력

현대자동차 공장 내 외부는 사측의 관리자와 경비용역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다. 이미 내부에는 방패와 헬멧, 곤봉으로 무장한 경비용역이 소화기와 소화전을 분사하고, 심지어는 낫과 칼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곤봉과 파이프, 죽창을 휘두르며 참가자들의 접근에 폭력적으로 대응했다. 이는 경비업법을 위반한 것뿐만 아니라 심각한 폭력행위다.

이같은 폭력행위는 경찰의 제지도 무시한 채 지속됐다. 이미 현대차가 고용한 사적폭력은 공권력으로도 제어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물론 이러한 것이 가능한 것은 그동안 공권력에 의한 제어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또는 묵인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20일 용역경비의 폭력에 대해서는 진압이나 연행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희망버스 이후 경찰의 발표는 참가자들에 대한 법적조치를 강력하게 진행하겠다는 것뿐, 현대차 사측이 고용한 폭력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국가권력의 이런 태도는 현대차 뿐만 아니라 많은 노동현장에서 기업이 고용한 용역폭력을 이미 묵인하고 공조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으며, 기업의 폭력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 경비용역에 의해 폭력적으로 통제되는 노동현장

현대차 공장은 평상시에도 관리자와 경비대로 현장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는데, 경비대 중 일부는 외주를 주고 있다. 철탑농성이 시작된 이후 상주하는 경비대가 늘어났고, 파업 때마다 추가적으로 용역이 투입된다. 평상시 100명이 채 안되는 규모가 이번 희망버스에도 용역이 추가적으로 투입되어 800명이 됐다.

이미 준비된 각종 장비로 20일 폭력을 행사하는 용역경비는 사실 노동자들에 대한 일상적인 폭력의 연장선이었다. 관리자와 경비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때마다 폭력을 행사해왔다. 울산공장 뿐만 아니라 아산공장, 전주공장, 그리고 본사 앞을 지키며 노동자들의 집회와 파업을 폭력으로 대응하고 노동조합의 간부를 감금하고 납치를 일삼아왔다.

가깝게는 지난 7월10일 법에 따른 쟁의절차를 모두 갖춘 부분파업에 1000여명의 용역경비를 동원해 폭력을 행사해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 3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회 간부 한명은 흉추 1번과 3번 골절과 왼팔 골절 중상, 또 한명은 치아파절, 머리통증이 심한 중상을 입고 구급차에 실려 나갔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가 만들어진 후 지난 10년간 현대차는 폭력으로 노동자를 탄압하고 현장을 통제했다. 이번 희망버스 참가자들에 대한 폭력도 이와 같은 폭력의 연장이다.

현대차의 노동현장에는 노동자의 권리도, 집회시위의 자유도 존재하지 않는 오로지 회사에 의한 폭력적인 통제만 존재할 뿐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차는 용역이라는 사병을 상시적으로 고용해 배치함으로써 이제 사업장을 공권력의 통제에 벗어나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는, 불법파견의 범죄행위를 지속하는 치외법권 지대로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