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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감원, 국민검사청구 조속히 재심사해야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시민단체가 처음으로 제기한 국민검사 청구 1호.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심사당일 미리 준비된 거부이유와 결론을 갖고 회의를 열고, 종료 후 기각을 발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제도 도입의 본질은 외면한 채 요식적 절차만으로 진행해 제도 도입취지를 스스로 부정했고, 이러한 국민검사청구제도라면 국민이 알아서 검사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이번 국민검사청구에 대해 국민검사청구 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 기각의 요지는 구체적인 사실 적시의 부족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검사청구제도 운영규정을 보면 '금융회사의 위법 또는 부당한 업무처리, 청구인 이익의 침해사실 등 구체적인 사실을 청구 이유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기각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은행과 증권사들이 CD금리를 부당하게 높게 형성시켜 이득을 취했고, 그러한 부당행위가 없었다면 형성됐을 금리와의 차액에 상당하는 금액만큼 대출자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청구 이유를 의견진술을 통해 충분히 소명했다.

심의위원회는 금융사의 부당행위의 행태와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그 단서까지 설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CD금리 결정 과정의 특성을 간과하여 조사와 입증의 책임을 신청인에게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다.

CD금리는 은행이 CD를 높은 가격으로 발행을 하고 CD의 매매를 중개하는 증권사가 이에 대응하는 호가를 해 금융투자협회에 보고함으로써 높게 결정될 수 있는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에 참여하는 소수의 금융사들에 의해 자의적으로 조정될 수 있을 가능성이 여러 전문가에 의해 지적되어 왔다.

또한 다른 시중금리의 변동추이와 다르게 CD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 내지 유지되어 온 사실 역시 금리의 자의적 적용 또는 담합을 의심할 만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심의위원회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금융사 내부의 의사결정 자료와 담합여부는 전문성과 인력을 갖춘 금융당국에서 마땅히 책임있는 조사를 해 사실의 진위를 밝힐 일이지, 신청인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회피할 일이 아니다.

심의위원회는 담합 여부에 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조사를 하고 있으므로 조사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는 운영규정 제 16조의 기각 사유 중 '기타 검사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공정위의 조사는 담합행위가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인 반면, 시민단체가 금감원에 검사를 청구하는 취지는 담합여부에 한정하지 않고 개별 은행이 CD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대출이자 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금리를 높게 발행하는 편법을 사용했는지 등도 포함해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므로, 검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게다가 금리의 결정이 시장 외적 요인에 의해 불공정하게 조작되고 있는지에 대한 검사는 일차적으로 금융감독당국에서 해야 할 것이며, 공정위의 조사결과를 기다릴 일이 아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국민검사 청구 제1호 건은 마땅히 재심사돼야 한다. 금감원은 제대로 된 업무시스템을 가동해 금융소비자업무 등 업무체계를 재정비하고, 심도있는 재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운영규정도 보완해 제도다운 제도의 틀을 갖춰야 한다.

또한 국민검사청구 접수 시, 사전 준비없이 대응하는 허술한 업무 자세나 심의결과조차도 통보하지 않는 등의 행태는 금감원의 업무능력 한계를 보여주는 일이다. 금융위원회 등은 총체적으로 금감원의 전반적인 업무진행과 복무실태 전반을 감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