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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낄낄댄 이들과 청와대의 통큰 모험

지난달 제주도 앞바다에 방류된 제돌이가 야생 무리에 합류해 성공적으로 자연의 품에 돌아 간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대 연구팀이 방사 16일 만인 지난 3일 촬영한 야생 남방돌고래 무리 안에서 제돌이와 춘삼이를 발견했다. 혼자 먹이사냥을 하며 생활하는 대신 떼지어 돌아다닌다는 것은 일단 자연 환경에 적응을 잘 하고 있다는 신호다.

제돌이는 제주도에서 온 수컷 돌고래을 뜻하고 춘삼이는 꽃피는 춘삼월에 잡힌 암컷을 말한다. 한달여 전에 먼저 성산항 가두리 양식장에서 야생 적응 훈련을 하다가 탈출한 삼팔이는 등 표식 D-38에서 따온 이름이다.

지난달 이들 방류에 맞춰 동화책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를 발간했던 핫핑크 돌핀스 단체는 오늘 제주에서 북콘서트를 갖는다. 동화책은 바다에서 평화롭게 살다가 그물에 걸려 잡힌 뒤 동물원에서 쇼를 하고 천신만고 끝에 다시 고향 바다로 돌아가기까지의 이야기를 제돌이가 직접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돌이가 인간 세상에 불법 포획되어 4년간 느꼈던 고통과 비애, 서러움, 그리고 방류가 결정되고 훈련을 거치며 자유를 되찾을 때까지 기쁨과 환희를 제돌이의 입장에서 잔잔히 표현하고 있다.

지난 칼럼(7.19자 제돌이·4대강·외환은행, 그리고 환지본처)처럼 제 모습을 찾을 때 비로서 진가가 발휘되는 것이 어찌 이들 돌고래 뿐이랴.

민주당이 천막 당사를 차린지 5일째다. 여의도에 있어야 될 지체 높으신 분들이 삼복 더위에 서울 광장에 모여 있으니 볼썽 사납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6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제의에 대해 5자 회담을 하자는 역제안으로 돌아오자 생각을 더 해봐야겠다며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받아들이느냐 영수회담 물타기라며 거부할 것이냐 갈림길에 서있다. 하지만 선택이 생각만큼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김대표의 2자 회담에 대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3자 회담을 제안했고 최경환 원내 대표는 여야가 먼저 만나야 된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청와대는 김한길 대표의 제안 이전에 3자 회담을 여러 차례 제의해 놓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의 선택은 쉬웠다. 기존 입장인 3자 회담에 최 원내 대표의 입장을 세워 5자 회담 역제의다. 액면대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여야 모두를 감싸앉는 통큰 제의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현재 민주당내에서는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증거라며 불쾌하다는 의견과 자존심이 상하지만 성과를 내자는 입장이 나눠져 있다.

낄낄대는 새누리당과는 더 이상 못 놀겠다며 통청봉여(通靑封與)를 주장하는 민주당. 통청봉여는 민주당의 꼼수라고 우기는 새누리당. 국민들 눈에는 그리 낮설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남한과 대화를 거부한 채 꼼수를 부리고 있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술책 때문이다. 답은 간단하다. 남북이나 여야 모두 한 발자씩 물러서면 된다.

낄낄댄 새누리당 의원들부터 금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나라. 온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 조사가 엄중하기 때문에 그렇다.

청와대가 이번에 3자회담을 제안했다면 정국은 어떻 했을까. 5자 회담은 통큰 양보가 아니라 통큰 모험이다. 낄낄댄 이가 원내 대표가 아니길 그저 바랄 뿐이다.

제돌이와 춘삼이가 어울리듯이 청와대와 여야 모두 어울리며 하루빨리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순서는 승자의 포용이 먼저라는 것을 잊지 말라.

삼팔이처럼 행동하는 한 국민들만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