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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누리당, 일감몰아주기 규제완화가 경제살리기?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일감 몰아주기 규제 관련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에서 공정위는 총수일가의 지분율 기준을 상장회사 30% 이상, 비상장회사 20% 이상으로 하고, 일정한 규모 미만의 거래 등을 규제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최종 마련 중이다. 이 과정에서도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 등이 '경제 살리기' 명분으로 일감 몰아주기 거래의 유형을 축소해 규제적용을 받는 회사의 수를 줄일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을 통과시킨데 이어, 시행령 개정에서도 규제대상을 대폭 축소시키려고 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행태에 대해 강력히 비판한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규제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경제 살리기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종안을 마련 중인 일감 몰아주기 규제 관련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의 쟁점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대상기업 선정 기준인 총수일가의 지분율 요건에 관한 문제이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적용대상을 총수일가의 직접보유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회사와 20% 이상인 비상장회사로 이원화했는데, 총수있는 43개 기업집단의 1519개 계열사 중 13.7%인 총 208개 회사(상장 30개, 비상장 178개)가 규제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상장회사 40%, 비상장회사 30%로 요건을 완화할 것을 요구했고, 이 경우 27개 회사가 적용제외되어 규제대상이 181개(상장 15개, 비상장 178개)로 줄어든다. 이 부분과 관련해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 원안대로 추진할 것임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둘째,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금지 유형 중 '합리성이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의 기준을 둘러싼 문제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연간 내부거래 매출액이 50억원 미만이고 내부거래 비중이 10% 미만인 경우 적용제외할 것을 밝혔는데, 새누리당은 각각 200억과 20%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공정위 안을 적용할 경우 총수일가 지분율에 따른 208개 대상회사 중 80개가 제외되며, 새누리당 안을 적용할 경우 95개가 제외된다. 즉,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적용을 받는 회사 수는 113개사 내지 128개사 미만으로 더 축소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셋째,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금지 유형 중 '상당히 유리한 조건'과 관련, 공정위는 정상가격과의 차이가 7% 미만으로서 연간거래총액 50억 미만의 거래를 제외하는 방안을 제시한 반면, 새누리당은 7% 미만, 연간거래총액 200억 미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개별거래의 조건에 따라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회사가 늘어날 수 있으며, 새누리당 안을 적용할 경우 적용제외 되는 회사의 수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현재 공정거래법 시행령 최종안을 두고 공정위와 새누리당 간에 몇 가지 협의할 사항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총수일가 지분율 요건에 대해서는 공정위 측에서 원안대로 추진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기 때문에, 적용제외 되는 일감 몰아주기의 유형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데, 공정위는 수정안으로 거래비중이 10% 미만이면서 거래금액 200억원 미만, 거래비중 15% 미만이면서 거래금액 200억 미만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상당성' 기준을 공정위가 7%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7% 기준이 이익제공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으므로 실제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회사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회사 및 20% 이상인 비상장회사'의 수는 총 208개사인데, 그 중 '상당한 규모의 거래' 요건으로 유력하다고 판단되는 2안에 따라 '내부거래비중 15% 미만이면서 연간매출액이 200억원 이상'인 회사 95개사를 제외하면 총 117개, '상당성' 요건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는 회사 21개사를 제외하면 총96개가 규제적용대상이 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즉,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적용을 받는 회사는 최소 96개에서 최대 117개 정도로 추정된다. 고작 100여개 정도의 회사만이 규제의 적용을 받는 법안을 두고 경제민주화 법안이라 할 수는 없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경제민주화의 상징이 된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총수일가의 부당한 사익편취를 억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의 공정한 생태계를 조성하자는 것이었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근절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감 몰아주기가 주로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들이 밀집되어 있는 서비스 업종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에서 후자의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 등이 이른바 '경제 살리기' 명분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기준을 완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전자만 보고, 후자는 간과하는 무지의 소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이 후퇴하는 것은 곧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불공정거래의 올가미를 계속 덧씌우는 것이며, 이것이야 말로 '경제 살리기'에 역행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