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아베 신조는 일본 자민당 총재로서 다음달에 예정된 의회 총선에서의 승리와 두 번째 총리 취임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아베는 어떤 강연을 하던 자리에서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돌려 돈을 찍어내겠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는 당시 그가 구상하던 ‘아베노믹스’식 경기 부양을 압축하는 하나의 신호였다. 물론 실제로 아베가 총리가 된 뒤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낸 것은 아니고, 매월 10조 엔(95조 원)을 초과해 국채를 사들이는 등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엔화를 시중에 풀어놓는 방식의 정책이 사용된 것이다.
엔화가 시중에 늘어나 돈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조건이 비슷할 경우 수출 단가가 낮아져 해외에서 일본 제품이 팔리기 유리해진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행 총재는 교체되었으며, 아베노믹스는 ‘환율 조작으로 수출 개선 및 경기 활성화’라는 국내외의 비판을 받을 여지도 있었다. 또한, 전 정권 때 결정되었던 물품에 붙는 소비세를 올려 재정 및 부채 문제를 타개하는 법안을 그대로 시행하며, 대신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유도해 생활 환경의 유지를 유도하기로 했다.
실제로 그 정책이 본격 시행된 2013년, 일본 기업의 수출은 늘어났다. 또한 닛케이 등 주가지수도 15000선으로 아베 집권 당시보다 30%가량 상승해서, 현재도 14000선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아베는 기업들에 기초적 임금 인상을 독려하고, 소비세는 현행 물품 판매가의 5%인 것을 올해 4월부터 8%, 내년 10월부터 10%로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 산업연구원이 17일에 내놓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일본의 무역 (상품/서비스) 수지는 사상 최대인 1176억 달러(약 125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엔저로 인해 수출은 늘어났으나 달러 액수로 환산하면 도리어 10% 정도 감소했고, 동시에 수입 물가도 같이 올라서 보통 국민들은 피해를 보는 면도 있었다. 또한 그간 강세를 보이던 제조업 경쟁력이 내려가고, 중국 시장에서 과거사 문제 등으로 인한 일본 제품 구매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지금까지의 정책 경과를 살펴보면, 아베노믹스는 단기간의 경기 부양으로서는 효과를 거두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수출 대기업에게 주로 향했다. 또한 부채를 갚아야 하는 부담은 보다 커졌으며, 수입 물품이나 원자재의 가격이 올라서 서민 경제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임금 인상은 강제된 것이 아니지만, 소비세 인상은 의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명시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결정적으로, ‘경기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놓아두고 돈을 풀어놓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정책 시행 이후 1년 남짓 지난 상황에서, 아직 아베노믹스가 구체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급된 상황은 물론, 앞으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나 신흥국의 경제 수요 위축,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국제적인 경제 지도 예상은 만만찮게 다가온다. 아베노믹스는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정책에 이름이 들어간 아베 총리 자신은 물론, 유사한 정책을 생각하던 타국의 지도자들에게도 앞으로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