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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범 노무칼럼]‘일자리 정보 비대칭성 해소’ 정부와 기업도 함께해야

최근 한 취업포탈사이트에서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현재 급여 만족도’에 대해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전체의 80%가 넘는 인원들이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수시로 대기업 급여에 대해 언론 등을 통해 접할 경우 30%가 넘는 인원들이 ‘대기업으로 이직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통계청 국가주요지표에 따르면 2013년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상시 종업원 300명 미만)의 임금은 대기업(300명 이상)의 52.9%에 불과했다. 이러한 현실은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인원들의 이직고민이 증가하고, 또한 청년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의 지원을 꺼리면서 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이 지속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직을 원하는 것은 중소기업 인원들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종사하는 인원들도 고액 연봉을 받고 있지만 이직이 발생하고, 이직에 대해 고민하는 인원들도 상당히 많다.

일각에서는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심각한 이중구조’를 언급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고착화된 이중구조의 노동시장이 사회 양극화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일류기업과 이류기업으로 나누어지고 노동시장은 일류기업이 작용하는 노동시장, 이류기업이 작용하는 노동시장으로 분류되며, 근로자는 일류 노동시장에 고용된 중심부문 근로자, 이류 노동시장에 고용된 주변부문 근로자로 나누어진다. 노동시장이 구조적으로 분단되어 있을 때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근로조건이 시장원리 같은 전체 노동시장 규칙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속 기업의 규칙에 의해 결정되는 ‘기업 내부 노동시장’, 즉 1차 시장과 시장원리가 별 규제 없이 관철되는 ‘기업 외부 노동시장’, 즉 2차 시장 간의 격차가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노동시장의 원인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결국 경직적 고용관계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의 심화는 기업들이 정규근로자 신규채용을 억제, 명예퇴직 및 조기퇴직 등 다양한 형태로 정규직 인력 축소를 꾀하도록 하고 더 나아가 내부노동시장에 편입되지 못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비정규직화, 아웃소싱, 외주화 등으로 대응해온 것이 그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이중시장 구조속에서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인원들이나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 또는 구직 중인 청년층들에게는 소위 기업 내부시장에서 근무하는 대기업 근로자가 되고 싶어도 되지 못하는 현실이 그저 한스럽기만 할 것이다. 중소기업에서 저임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가 대기업 이직을 희망한다고 하여 가로막힌 이중시장 구조에서 얼마나 많은 인원이 원하는 대로 갈 수 있을까. 또한 대기업 구직을 희망하다가 결국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으로 취업했다가 대기업으로 이직을 시도하려는 인원들에게는 또 어떤 현실의 벽이 가로막고 있을 것인가.
 
이러한 경직적인 이중노동시장 속에서도 아니러니하게 1차 노동시장에서 따뜻한 보호를 받으며 고액연봉을 받는 인원들 중에서도 2차 노동시장으로의 이직을 준비하고 실제로 이동하는 사례들을 볼 수가 있다. 개인적인 사유를 제외하더라도 대기업의 높은 근무 강도, 경직적인 조직문화, 부속품처럼 일하면서 소외감을 느끼는 등 다양한 사유로 높은 연봉을 일정부문 포기하더라도 대기업에서 중견기업 또는 중소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소위 대기업 내에서도 젊은 층 즉, 신입사원(1년차)에서 대리초(5년차)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처음에 입사할 당시 무조건 대기업을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회사 이름과 연봉만을 보고 입사하였으나 막상 대기업이라는 곳에 와보니 실제 생활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말 학력도 좋고 몇백대 일의 공채 경쟁을 뚫고 당당하게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퇴사하는 이유 중 조직적응 및 융화력 부족 부문이 가장 큰 것 같다. 물론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신입사원이 채용되어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 총탄이 날아오는 경쟁의 현실 앞에 누구도 잡아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대졸신입 100명 중 14명은 100일내에 퇴사한다는 통계도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결국 100일이라는 기간내에 채용된 신입사원은 자신의 스펙에 걸맞은 적응력을 보여주어야 하며 그제서야 회사는 안도를 하고 그 신입사원에게 일을 주며 성장케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회사에 하루종일 매여 있어야 하고, 상명하복의 체계, 경직적인 조직문화, 여기에 잦은 회식 등까지 겹치면 높은 연봉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대기업 인원들의 이직은 시작된다.

여기서 재밌는 현상은 그렇다면 중소기업 인원들은 과연 대기업만을 선호하는 것일까? 한 취업사이트 조사결과 중소기업 인원들이 이직하고 싶은 회사는 대기업도 포함이 되어있지만 중견기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대기업으로 이직을 하지 못 할 까봐’ 라는 응답도 있었으나 설령 간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부속품으로 일하기 보다는 연봉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중간정도를 받으면서 중간정도의 업무강도, 다소 유연한 조직문화와 근무형태를 유지하고 싶은 심리가 반영되어 있지 않나 싶다.

한국노동시장의 여러 현상이 있겠지만 이중노동시장의 단상을 바라보면서 지금도 수없이 고민하고 있는 1차 노동시장의 인원들 그리고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와 같은 2차 노동시장의 인원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답답함이 느껴진다. 실제로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우리는 우리가 정말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직장을 찾는데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현재의 경직된 노동시장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원활하게 제공해주지 못하는 정부정책 속에서 개별 근로자들은 고민은 깊어가고 시간도 흘러가는 듯 하다. 진정한 Job-Match를 위해 개인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들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권희범 노무사: sealight09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