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북한이 5.24조치가 목적하는 바대로 천안한 폭침에 대해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을 할까? 결론적으로 북한은 사과 및 재발방지를 하지 않는다. 북한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자기들이 천안함 폭침을 한 것이 아니라고 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는 사과 및 재발방지의 약속을 할 이유가 없다. 실제적으로도 북한이 5.24조치로 인하여 입은 피해는 거의 없기 때문에 5.24조치의 해제를 위하여 사과를 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결국 북한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전까지 5.24조치를 풀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사과를 할 이유가 없다는 북한의 입장과 서로 모순관계에 있다. 남과 북은 기싸움을 하는 모습이 되었다. 이 모습은 치킨게임의 모습도 아니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이 싸움으로 죽도록 피해를 보는 쪽은 없기 때문에 기싸움 이상의 그 무엇도 되지 않는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5.24조치는 부수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북한 고립의 근본적 원인은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정책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국제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비핵화 문제에 대해 답변을 할 것이고 5.24조치에 대해서는 굳이 답변할 필요성이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는 대응을 하고 우리의 5. 24조치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대북제제와 한국의 5.24조치는 기본적으로 그 제제의 기본 구도가 같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되기 전까지는 북한에 대한 제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고, 남한도 북한의 사과 및 재발방지약속 전까지 남북교류를 잠정 중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게는 서로 다른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3월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을 내용으로 하는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했다. 내용이 다소 공허하기는 하지만 대북정책에 획기적이 조치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드레스덴선언과 5.24조치는 서로 모순되는 내용이다. 남한의 국민이 북한을 방문하지 않고 어떻게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를 구축하고, 북한주민의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는가?
북한의 아시안게임 선수단과 응원단이 인천에 와서 응원하고 남한 주민과 교류하는 것은 5. 24조치에 반하지 않기 때문에 허용된다. 남한의 국민이 북한에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허용된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는 5.24조치에 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 하나의 정부가 서로 모순되는 정책을 발표하고 두 개의 정책이 모두 효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정책의 딜레마이다. 5.24조치는 대결적 조치이고, 드레스덴 선언은 비대결적 조치로서 서로 모순된다.
그러나 5.24조치와 드레스덴 선언이 추구하고자 했던 목적을 비교하면, 5.24조치는 폐기되었어야 할 조치이다. 드레스덴 선언으로 5.24조치가 폐기되었으면 남북관계는 박근혜 대통령이 원하는 모습으로 진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도 많은 국민은 5.24조치를 지지한다. 그들에게는 천안함 폭침으로 순국한 46명의 군인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드레스덴 선언으로 남한이 진정 구하고자 하는 것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이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가 실현될 때, 천안함 폭침과 같은 사건도 없을 것이고 아까운 젊음의 순국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천안함 폭침에도 불구하고 5.24조치를 해제하고 드레스덴 선언의 이행으로 나아가야 할 당위성이 있다.
선제적 5.24조치의 해제 및 드레스덴 선언의 이행조치로 인한 한반도 평화구현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오늘 정부는 농업·축산·보건의료 분야에서 대북지원 민간단체에 남북협력기금 30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고 한다.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북한의 입장이 어떠하든 정부는 선제적으로 5.24조치를 해제하고 남북협력의 진정성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