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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봉 칼럼] 대학구조개혁평가와 휴리스틱

최근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 2차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9월 30일 공개된 평가지표안보다 구체화된 방안으로 평가방식, 지표 및 배점을 포함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에서 사람들이 선택을 할 때, 휴리스틱을 사용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컴퓨터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하면 항상 같은 번호를 넣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비밀번호를 덜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휴리스틱이 최적인가의 여부는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최적이 아님에도 사람들이 휴리스틱을 사용하고 결과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책을 입안하는데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을 펼친다면, 과거의 경험이 최적이 아니었음에도 최적으로 인식하고 선택을 계속해 나가게 되고, 효율성을 담보하지 못하게 된다.

이번에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누어진다. 1단계 평가는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그룹1과 그룹2로 구분한다. 그룹1은 다시 A, B, C등급으로 분류된다. 1단계 평가에서는 교육여건, 학사관리, 학생지원, 교육성과 등의 4가지 항목에 세부지표 11개로 구성된다. 이후 그룹2에 속한 대학은 중장기발전계획, 교육과정, 특성화를 고려한 3가지 항목에 6개 지표로 평가되어 D와 E등급으로 나누어진다. 이번 평가지표는 9월 30일 개최된 공청회에서 발표된 평가지표와 관련해 대학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여 기초로 수정 및 보완하였다. 이번 평가안의 주목할 만한 특징은 지난번 안에 비해 평가지표를 대폭 간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전에는 11개 영역의 24개 항목, 38개 지표에서 간소화하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평가의 초점은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기본 요건을 충족 여부에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일정 역량을 갖춘 대학들의 평가 부담을 덜 수 있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이 추가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먼저, 지표에서 이전과 같은 휴리스틱이 작동하였는 지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 지표를 보면 대부분 정성적인 지표보다 정량적인 지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평가들에서도 사용되는 지표들로 향후의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라 과거의 지표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부분이 많이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부정이나 비리와 같은 정성적인 지표를 포함하여 정성적인 지표로 활용된다면 보다 효율적일 수 있으며, 미래의 부정이나 비리 등은 사라질 수 있다. 또한, 휴리스틱에 의존하여 지표를 개발한다면 대학들도 이미 여기에 대비하여 실적을 확보하였으므로 발전해야 할 대학들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휴리스틱은 인지포획(cognitive capture)과 연결된다. 정부는 9월에 권역별 토론회, 대학그룹별 협의회, 총장 간담회, 산업 및 경제계 의견 청취, 부처 협의, 대학구조개혁위원 등 총 40회 이상의 의견수렴을 했다고 발표하엿으며 대학 및 대학협의체 주요 의견을 정리하였다고 하였다. 인지포획이란 정부의 규제자 사고방식이 규제대상의 사고방식과 동일해지는 모습을 가르킨다. 즉, 규제자의 입장이 대규모이면서 최상위에 있는 사람들의 의사에만 따라간다는 뜻이 되며 대마불사와도 비슷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학교 수요자인 학생이나 일반 교수들은 배제되어 있으며 방법론적으로도 공정하지 못하다. 여기서 공정하다는 것은 1/N 휴리스틱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학의 규모를 고려하고, 장기간의 학내 문제와 사학비리 등을 고려해서 구조조정에 먼저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사업 평가를 여러 가지 기준으로 평가지표를 만들겠지만, 교피아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학교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전권을 정부가 쥐고 있는 이상 교피아의 문제는 없어질 수 없으며 정부는 우월적 지위를 보유하게 되고, 지위를 남용할 수 있다. 이렇게 자리를 줄지어 이동하는 것을 선택한다는 점도 휴리스틱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 관피아 등이 없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 출신들이 대학으로 옮기면, 그 대학이 능력과 상관없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공직자윤리법(관피아 방지법)에 따라 대학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대학 구조조정에 방해가 되는 요소가 된다.

대학구조개혁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이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 도입되는 평가지표에 휴리스틱을 사용하는 것보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지표를 수립하여 대학과 교육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대한다.

김상봉
Sang Bong Kim, Ph.D.
Department Head, Department of Economics, Hansung Univ.,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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