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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신동혁 씨, "자서전 완화해서 쓸 수 밖에 없었다"

탈북자 신동혁 씨가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증언을 담은 자서전의 핵심 내용을 번복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자서전 집필자인 미국 언론인 블레인 하든은 자서전의 일부 오류는 신 씨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15 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하든은 신 씨의 자서전 '14호 수용소 탈출'(Escape from camp 14)의 새 서문에서 "신 씨가 수용소에서 당한 고문을 있는 그대로 다 기술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러워 일부 얘기를 바꾸고 생략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든은 또 "신씨가 실제 상황보다 '완화된 버전'(sanitized version)의 증언을 하고 2005년 탈북 이후 그 증언을 줄곧 고수해 왔다"면서 "트라우마 전문가들은 이런 것에 대해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인권탄압 실상을 증언해 온 신 씨는 자서전 '14호 수용소 탈출'에서 자신이 13세 때 수용소를 탈출했다가 다시 잡힌 뒤 고문을 당했다고 기술했으나 최근 그 사건은 20세 때의 일이었고, 특히 탈출을 계획하던 어머니와 형을 감시자들에게 고발했던 일이 14호 수용소가 아닌 인근의 18호 수용소에서 있었던 사건이라고 번복해 논란에 휩싸였다.

히든은 "신 씨의 일부 증언이 번복됐다고 해서 그가 고문당한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면서 "신 씨의 몸에 남아 있는 상처가 바로 그 명백한 증거이고, 이는 의사들의 검증으로도 확인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신 씨는 애초 자신이 증언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고문을 당했다"면서 "신 씨가 '간수들이 펜치로 자신의 손톱을 뽑기도 했다'는 말을 했는데 그의 손에 난 상처와 손가락 하나의 부분 절단 흔적이 이 같은 그의 증언을 잘 입증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WP는 히든의 이 같은 언급을 전하면서 신 씨 자서전의 큰 줄거리는 그대로 유지되고, 논란이 되는 오류도 시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히든의 새 서문은 전자책과 향후 증보판에 첨부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출판사인 펭귄북스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