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시작된 담배논란이 두 달 계속되고 있다. 담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담배를 둘러싼 담론에 '모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테마인 '저가 담배'는 이 모순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다.
◎ 담배값 인상 반대했던 한나라당... 이제와서 추진하는 이유가 있나?
'담배값 담론'은 이미 10년 전부터 언급되던 사안이다. 지난 2004년 참여정부는 담뱃값 500원 인상을 내용으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을 발표했다. 이에 당시 한나라당은 "담배값 인상은 위헌"이란 보도자료를 내며 반대했다. 이후 2006년 정부가 다시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려 하자 다시 "정부의 답뱃값 인상은 흡연율 감소나 국민 건강 증진보단 부족한 세수확보가 목적이다"라며 공동성명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 참여정부의 담뱃값 인상은 실현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당시 야당 대표직에 있으며 "소주와 담배는 국민이 애용하는 것, 담배값 인상으로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후 반대로 담뱃값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흡연율을 낮춰야 하고,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담뱃값 인상"이라고 주장해왔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담뱃값 인상으로 증가한 건강증진부담금을 금연정책에 집중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라 밝혀 담뱃값 인상이 어디까지나 '국민 건강 증진'에 있음을 강조했었다.
◎ "담배값 인상은 국민 건강 위한거다"... 체감 못하는 국민
하지만 담배소비자협회는 지난 1월 건강증진부담금이 금연정책에 쓰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음식점 및 카페, 피시방 흡연이 통제되어 매장에서 의무적으로 흡연실을 설치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은 없어 자영업자들의 부담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국민들은 한 갑당 500원 가까이 늘어난 건강증진부담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 이종훈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담뱃값 인상에 따른 보완책으로 노년층을 위한 저가 담배를 고려해볼 것을 제안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국민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저가 담배'의 개념이 불분명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담뱃값 인상 정책의 취지와 방향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여당 원내대표가 저가담배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과연 담뱃값 인상의 목적이 정말로 "국민 건강 증진"에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담뱃값이 사실상 증세라는 비난 여론에 포퓰리즘 식 대처를 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린 것 아니었나, 저소득층 노인들은 건강을 해쳐도 된다는 건가?" 라며 정책의 목적과 경과 간의 모순점에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 박근혜 정부, 서민 증세 대통령이란 오명 씻을 수 있을까?
결국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이 참여정부를 공격했던 것과 똑같은 내용으로 공격받고 있다.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늘어나는 세수는 약 2조 8천억 규모다. 담뱃값이 2천원 인상으로 인해 담배 소비량 34% 감소로 이어지지만 가격 인상 폭이 크므로 세수는 더 큰 규모로 늘어나는 것이다.
이 세수 증대 효과의 대부분은 국세이며, 세수 대상은 서민층에 집중적으로 모아진다. 이 늘어난 세금이 정말 국민 증진에 쓰이는지 정부가 규명하지 못한다면, 담배값 인상이 서민 증세라는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