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법 제 169조에 따르면 "회사"란 상행위나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여 설립한 법인을 말한다. 쉽게 말해 돈을 버는 것에 회사는 의의가 있는 것이다. 그런 회사를 향해 요즘 부정부패 수사가 한참이다. 일광과 포스코를 시작으로 경남기업으로 이어지는 부정부패 척결 수사는 비리를 저지른 기업을 찾아 칼끝을 옮겨가며 표적을 찾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정경유착'이란 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의 비리나 부정부패 수사에는 권력자의 이름과 정책이 같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청문회에 나왔던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은 '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안주냐'며 권력자의 입맛에 맞출 수밖에 없었던 경영자의 고충을 항변했다. 22개 계열사를 거느렸던 세계최대규모의 신발회사 국제상사는 5공정권이 개입하여 그룹이 해체되었다. 독재와 군사정권이 권력을 잡았던 대한민국에서 권력자의 눈치를 보고 그 기호에 맞추는 것은 당연한 듯 생각되기도 한다. 비단 우리 나라뿐 아니라 워렌버핏도 정권과 반대되는 결정은 하지 않는다는 투자원칙을 가지고 있다. 재계는 기업을 비리집단으로 지목하고 부정부패 수사의 압박 수위를 높이니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같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돈만 벌면 그 뿐인 회사에게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더구나 최근 조사대상이 된 기업들은 자원외교, 4대강 사업, 국방산업등 모두 전정권의 핵심정책 사업과 관계가 있다. 돈만 벌면 그뿐인 회사가 돈 벌려고 권력자와 결탁한 것이 잘못인가 하는 생각도 드는 대목이다. 사람들은 포스코가 주인없는 기업이라서 정권이 바뀔때마다 사법수사의 대상이 된다며 그 수난이 불쌍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정부패는 권력자의 압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절대 용납이 되지 않는다. 국가와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으며,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는 범법행위에 대하여는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이 죄값을 치뤄야 한다. 나아가 꼭 강조하고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부정부패와 비리가 기업의 본질적 가치인 영리행위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정준영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비리를 일삼는 기간동안 POSCO(005490)은 633,000원이던 주식이 30만원대로 절반이상 곤두박칠 쳤다. 경남기업도 6만원까지 올라갔던 주가가 5,000원까지 떨어졌다. 비자금을 조성하고 부정부패까지 저지르며 부지런히 돌아다녔지만 벌어들인 수익이 형편없었던 것이다. 경영자가 부도덕한 방법으로 기업의 활로를 찾으려 할때 성공하기보다 오히려 기업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한 애덤스미스는 시장경제의 지지자로 국부론을 짓지만, 그의 처녀작은 도덕 감정론이다. 인간의 사회생활에 대하여 서로 동감(同感)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당대로서는 획기적인 이론이었다. 사회가 납득할 수 없는 윤리기준으로 기업활동을 할때 동감할 수 없고 동감할 수 없는 기업활동에 시장의 손이 돈을 가져다줄리 만무하다. 드라마로도 방영된 바 있는 거상 임상옥이 남긴 말은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재물은 물과같이 흘러서 높낮이 없이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니까 열심히 기업활동을 해야 하지만, 경영자의 중심된 마음은 저울추와 같이 엄밀하게 기업윤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부도덕한 경영자는 그 존재 자체가 기업에 위협이 된다. 불법행위를 하면 기업의 존망까지 흔들 수 있다. 나아가, 불법적인 행위를 하고 권력자의 비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시장의 지원을 받는 정상적인 영리활동보다 규모나 수익이 적다. 얼마되지 않는 수익을 권력자에게 내주기위해 비자금까지 조성해야 하니 비참하고 손해나는 장사지 않은가 말이다. 그리고, 부도덕한 경영자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은 많은 희생을 치뤄야 한다. 올바른 투자를 위해 쓰여야할 자금과 시간, 인력이 비리를 저지르거나 막는데 동원되니 자원이 낭비되는 것이다. 투자는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불필요한 데 자원이 낭비되니 제 때 투자를 못해 시장으로부터 버림받게 된다. 기업의 구성원들이 부도덕한 경영자를 지도자로 따르기는 곤욕스러운 일이니 사기도 저하된다. 부정부패와 비리가 기업에 문제가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반영리행위기 때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기업의 경영자가 정치권과 결탁해서 권력자들과 몰려다니면 큰 인물같은 생각도 들고 제대로 사업하는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지만, 착각일 뿐이고 회사에는 도움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