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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세월호와 중국 동방의 별 사고는 닮은 꼴, 누가 누구를 따라가는 걸까?

 

침몰한 중국 유람선 (좌)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우)
침몰한 중국 양쯔강 여객선 (좌)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우)

동방의 별이 가라앉았다. 마치 지난해 세월호가 그랬던 것처럼.

양쯔강 여객선 침몰 사건은 세월호 참사의 모습과 겹치는 점이 많다. 탑승자 수가 456명으로 세월호의 476명과 비슷하며, 수차례 불법 개조를 했다는 점이 같다. 순식간에 침몰한 탓에 속수무책이 되어 에어포켓(공기층)에 기대를 거는 한심한 모습도 닮았고, 탐승자가 수장된 반면 선장과 승무원은 멀쩡히 살아있다는 점도. 안타깝지만 별다를 바가 없다.

특정 국가를 비하하는건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중국은 '과거 개발도상국시절 한국의 추악한 모습'인 경우가 많았다. 마치 50~70년대 한국처럼 가난하고, 소란스러우며, 불결하고, 시민의식도 떨어지는 그런 국가로 비쳐 왔고, 중국에 대한 악감정이 국민 정서에 많이 남아있는 탓에 중국의 모자란 모습을 희화화 하는게 일상적이었다, 술자리 안주나 유머거리가 돼 비웃음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이제 중국을 비웃지 못하겠다."라는 자조적인 반응이 보인다. 중국이 발전했다는 말이 아니라 한국이 다시 저개발 국가 수준으로 퇴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권에서, 윤리에서, 시스템에서까지 한국은 언제부터인가 중국 이하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온 것은 '먹을 것'이었다. 중국의 저질?짝퉁 식품의 악명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가짜 쌀에 가짜 계란, 폐기물을 이용해 만든 식용유, 나무젓가락을 녹여 만든 죽순, 하수구 물을 부어 만든 취두부 등이 연일 뉴스에 보도되었고, 중국산 음식은 먹을 것이 못된다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중국인들도 자국 음식을 신뢰하지 못할 지경이라, 부유층은 해외에서 식재료를 주문해 먹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도 별다를 것이 없다.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육류를 몰래 섞어 팔고, 수산물 중량을 늘리기 위해 물코팅을 한다. 유명 식품 회사의 과자의 시리얼엔 대장균이 가득하고, 아이들이 먹는 분유에선 납이 검출됐다. 중국 사례처럼 엽기적이지 않을 뿐이지 위험한 건 마찬가지다. 판매업자의 비양심, 관리책임자의 무관심 때문이다.

중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충격적인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학생 5명이 사설 해병대 캠프 도중 익사했고, 한 대학교 오리엔테이션에선 건물이 붕괴해 10명이 숨졌다.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와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 등 교통기관 사고 사례는 혜아릴 수가 없으며, 세월호 침몰과 예비군 총기난사 사건 등 유례없는 대형사고도 터졌다. 외신에 오르는 한국 관련 뉴스는 사고 소식밖에 없다. 안전담당 책임자가 한 번만 제대로 점검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인데, 아무래도 시스템이 마비된 지 오래인것 같다.

세월호 사태로 지적받았던 시스템 문제는 메르스 진압에 실패하며 다시 불거졌다. 정부는 메르스가 치명적인 전염병임에도 불구하고, 부처 산하기관에 불과한 질병관리본부에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하며 "메르스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는 없다.",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라는 등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대처가 늦은 탓에 메르스가 속수무책으로 번져나갔지만 이들이 발표한 행동요령은 "낙타가 감염 요인이니 접근하지 말라.", "낙타고기와 낙타 우유를 먹지 말라."라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었다.

10년 전 세계적으로 사스가 유행했을 때, 중국은 관료주의와 늑장 대처, 보도 통제 등으로 미숙한 대응을 한 탓에 수천억 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질병이 홍콩과 대만 등 인접국에도 퍼지자 해당 국가에서도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는 외교 문제로 번졌다. 반면 당시 한국 정부는 총리가 직접 컨트롤 타워를 맡아 적극적 대처를 한 덕에 피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해외에 질병 통제 우수사례로 소개돼 칭송 받기도 했다. 그래서 10년 전 중국 수준으로 떨어진 현재의 한국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얼마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는 "중국 30년 만에 이렇게 올라왔다, 한국 30년 안에 추락하란 법 없다."란 말을 했다. 몇 년 전이었다면 국민들은 양쯔강 유람선 침몰 사태를 보며 "우린 저런 나라에 살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이젠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 '살고 싶은 나라 대한민국'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