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범 노무칼럼] 내일 지방발령 통보를 받는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권희범 노무사

최근 한 구인구직 업체의 통계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은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직장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구조조정 방법으로는 '정리해고 또는 권고사직', '희망퇴직'이 많았고, 그 뒤를 이어 '타 부서 또는 타 근무지 발령이라고 한다.

만약 내일 출근했는데 지방발령 또는 타부서 발령 통보를 받았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필자는 실제로 본인의 동의없이 회사의 정책에 의해 강제 지방발령을 당해본 적이 있었다. 이미 조직장과 협의하여 내부보고가 다 마무리 된 후에 최종 면담에서 통보식으로 발령에 대해서 전달받았다. 당사자로서는 회사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이 클 수 밖에 없었다.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의 제1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라고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다. 정당한 사유없이 전직(인사이동)조치를 할 경우에는 회사의 인사권 행사에 대해 제한을 받을 수 있으며, 그 정당성 여부는 사안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어 지게 된다.

정당한 인사조치로써의 전직은 그에 맞는 경영상의 합리적인 사유, 가령 직원의 직무순환을 목적으로 근무지를 이동시키거나 업무상 필요성에 비해 직원의 생활상의 불이익 정도가 통상 감수할 정도로 현저하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회사에서 필요하다는 명목하게 정치적인 관계나 특정개인의 불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인사권 남용으로 판단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물론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근태가 불량하거나 조직과 융화되지 않은 인원들에 대해 내부의 기준에 따라 정당한 전직조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내부 규정에 따라 직원과 협의 또는 동의의 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 회사의 정당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 직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재가 가해기도 한다.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등의 규정에 따라 전보명령에 불응하여 장기간 계속 무단결근한 근로자를 징계해고한 것은 정당하다, 대법 95다10778)

결국 하루하루 업무에 대한 불안감과 다양하게 얽힌 인간관계 속에서 내일 당장 상사에게 찍히거나 회사의 정책으로 인해 발령이 난다면 우선 직원의 입장에서는 회사를 상대로 부당함을 알리고 대응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물론 부당한 조치에 대응하는 방법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거나 소송을 진행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은 회사와의 관계단절을 염두하지 않고서는 선택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회사의 인사조치를 받은 직원은 소속 조직장과의 면담, 인사부서에의 조치사유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며, 향후 분쟁 발생을 대비하여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은 회사의 인사조치가 합리적인 조치인지를 판단하여 회사에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의 판례와 같이 후속적인 징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측면에서 보면 인력운영상 전직조치를 하는 경우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입장을 전부 들어줄 수 없기 때문에, 일정부분 회사의 업무상 목적에 맞다면 다소 강제성이 있더라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회사는 업무상의 필요성, 직원들의 생활상 불이익의 정도 그리고 전직조치를 하는 과정에서의 직원과의 충분한 면담을 진행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진행하야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아무리 회사의 정책상으로 인한 충분한 사유를 듣더라도 갑작스럽게 지방발령을 통보 받은 직원으로서는 회사에 대한 심리적 계약(Psychological Contract)차원에서 설령 그 강제발령을 수용했다고 하더라도 직원은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 언제 또 발령 받을지 모르는 불안함과 회사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심리적 계약관계가 약해지면 회사와 직원과 관계적 성격이 감소하고 거래적 성격이 늘어나고, 직원들이 사회정서적 측면의 관심이 줄어든다. 그리고 금전적 이득에 더 관심을 두게 된다고 한다. 소중한 인생의 한 부분 중에서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불안하고, 불편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의 단면이기도 한 것 같아 마음 한켠이 시리기도 한다.

하루하루 외줄타기를 하면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권희범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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