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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LG유플러스는 왜 공권력에 도전했을까

LG유플러스가 법인폰 단말기유통법(단통법) 위반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인해 과태료 750만원을 부과받았다. LG유플러스 본사 외에도 사실조사 거부를 지시하거나 가담한 임직원 3명, 법무실, 대외협력실, BS사업부(기업영업팀) 소속도 각각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렇게해서 총 22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방통위는 8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LG유플러스 법인 영업 조사 거부ㆍ방해 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에 관한 건'을 안건으로 상정, 지난 6월 1~2일 동안 사실조사를 거부·방해한 LG유플러스 법인에 대해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방통위는 이번 LG유플러스의 거부·방해 행위에 대해 그 중대함을 고려, 통상 본 조사와 통합해 처분해 온 전례와는 달리 별도로 분리해 처분했다. 아울러 조사 거부·방해 행위에 참여한 임직원들에게까지 과태료를 부과했다.

방통위는 올 해 초부터 이동통신 3사에 대해 단통법 위반 여부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였으며, 이중 법인 영업의 불법이 적발된 LG유플러스에 대해 6월 1일부터 사실조사에 들어갔다. 법인폰을 일반 시장에 유통시켰다는 내용이었다.

방통위는 1일 오전 LG유플러스 본사를 방문해 공문서 제시와 함께 자료 제출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LG유플러스 측은 "준비 중"이라며 이날 오후 6시까지 자료 제출에 대해 협조하지 않았다. 이후 LG유플러스는 방통위에 사실조사 근거 제시와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공문을 제출하게 된다.

LG유플러스는 방통위 조사관들에게 "충분한 소명이 없으면 자료 제출을 할 수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통위는 2일 오전 재차 LG유플러스 본사를 방문했지만 계속해 거부를 당했다. 이후 방통위는 이날 오후 4시 47분경 이번 조사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 7일 전 통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에 근거한 정당한 사실조사라는 요지로 공문을 회신하게 된다. 3일째, 관련 자료를 받게 된다.

LG유플러스의 이같은 모습은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 돼 논란이 일었다. 현행 단말기유통법 제22조 1항에 따르면 조사를 거부ㆍ방해 또는 기피한 자에게는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과태료는 거부 등의 횟수에 따라 1회의 경우 500만원, 2회 1500만원, 3회 3000만원, 4회 5000만원이다. 방통위는 이번 LG유플러스에 대해 적발 건수를 1회로 봤고 50%를 가중해 7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이기주 방통위 상임위원은 "과징금을 정할 때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적정한 제재가 뒤따라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라고 말했고,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은 "대리점에 과태료 500만원은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대기업 본사와 소속 임원들에 과태료 500만원이 효과가 있겠냐"며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과태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세분화된 과태료 부과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현행 법령상 과태료 부과 기준이 획일적이라 세분화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단통법상에는 조사에 불응하는 유형으로 거부, 방해, 기피 등 3가지가 언급 돼 있지만 과태료 부과기준은 한가지뿐이다. 이에 사안의 경중에 따라 유형별 과태료 부과기준을 갖추거나 과태료 수준에 차등을 두는 방식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사거부와 관련해 사업자 규모에 따른 과태료 차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단통법 시행령상에서는 조사거부가 발생했을 시 대기업 이동통신 3사와 일선 휴대폰 판매점, 대리점이 모두 같은 기준으로 과태료를 부과받고 있다.

최 위원장은 조사 거부, 방해의 경우 이통사업자와 판매점·대리점을 구분해서 과태료 금액을 달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조사를 거부한 주체가 누구냐에 따른 과태료 차등을 두는 것도 의미있다며 담당 사무처에 개선방안 검토를 주문했다.

방통위는 이번 일에 대해 향후 진행 중인 사실조사 결과에 따라 과징금의 가중 부과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일반 유통점이 아닌, 통신사 본사에서 벌여졌다. 또 실수가 아니라 고의성이 뭍어나는 법무실 주도로 이뤄졌다. 때문에 과태료 수준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LG유플러스의 법인폰 단통법 위반에 대해 과징금만이 아닌 영업정지나 CEO 형사고발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형태로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LG유플러스에서 벌어진 행위는 공무집행 방해다. 방송통신분야 규제 기관인 방통위의 조사를 거부하며 방해한 일이다. 상술했듯, 이번 일을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처벌을 높게하고 법 위반을 통한 손해가 크게 나도록해 이같은 일의 반복을 막는게 맞는 처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