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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학하는 이들의 힘겨운 삶 조롱한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의 "빚이 있어야 파이팅을 한다"라는 발언이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대학생에게 주는 국가장학금 제도의 변경을 시사하는 과정 가운데 나왔다. 그는 이 발언은 많은 이들로 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서민들의 고통을 눈감은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일은 지난 4일 세종시에서 교육 담당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터진 일이었다. 안 이사장은 이날 "앞으로는 한국장학재단 사업에서 국가장학금 비중을 줄이고 무이자 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빚이 있어야 파이팅을 한다"는 말을 했던 것이다.

국가장학금은 무상 지원의 성격이 커 젊은이들을 보다 부지런히 뛰게 만드려면 대출을 해주고 꾸준히 갚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발언을 통해 "재단에서 많은 대출을 받을수록 유익하다는건가", "빚이 있는건 안좋은게 아니다라는 건가" 등의 생각이 들게 된다. 이같은 말이 학생들을 돕는 재단에서 들려졌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저게 뭔 소린가"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발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망언이다"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사장이라는 사람이 '흙수저'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무분별한 발언을 했다고 비난했다. "본인은 월급 없어도 파이팅 할 수 있느냐"라고 묻는 말도 들렸다.

이 일에 시민단체도 가세했다. 반값등록금 실현과 교육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민본부는 성명을 내고 학자금 대출채무를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는 청년이 2015년까지 19만6822명이고, 이중에서 소송까지 당한 사람이 1만1000명에 이른다"며 "안 이사의 발언은 그가 장학재단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사인지 심각한 의문을 품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유송화 부대변인도 지난 5일 논평을 내고 "이사장이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우리나라 청년들의 생활고과 취업난을 모르고 있다면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부모들은 자녀들을 키우며 사교육에 허리가 휘고 청년들은 대학을 다니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빚을 지고 취직 뒤 이를 갚으며 살아가야 하는 서민의 고통을 모르고 있다"고 했다.

그의 발언에 대해서는 사실 많은 얘기를 더 할 필요조차 없어 보인다. 고액 등록금에 따른 학자금 대출로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의 현실을 깡그리 무시하는 발언이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이 그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는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채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조롱한 것과 같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