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 KTX 열차 내에서 승객을 안내하는 승무원들은 코레일 소속이 아니다. 하청 소속이다.
이들은 지난 2006년부터 불법파견 등의 이유로 법정 소송을 이어왔지만, 지난 2015년 대법원은 그동안의 판결을 뒤집으며 여승무원들을 코레일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후 이듬해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 코레일의 손을 들어줬다.
2010년 1심 재판부와 2011년 2심 재판부 모두 위장도급이라는 판결을 내놨었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결은 큰 충격을 줬다. 당시 대법원은 여승무원이 화재진압 및 승객대피 등에 참여하는 상황은 이례적이고 또 응당 필요한 조치에 불과하다는 내용으로 판결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그렇다면 대법원의 논리는 승무원이 안전업무가 있을 때 외면해도 되느냐라고 비판했다. 안전업무를 당당하는 열차 팀장은 열차당 1명씩만 배치된다고 한다. 이 한명이 모든 승객의 안전을 담당한다? 당연히,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큰 문제는 대법원 판결 이후 이들이 매월 180만원씩 받아오던 가처분 지급금을 다시 코레일에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었다. 총 8600만원의 액수였다. 법원이 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줬을 당시,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코레일에 대해 원고인 승무원들에게 매월 18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었기 때문이었다.
불법파견의 내용은 화재 등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KTX 여승무원들도 승객대피에 참여하는데, 이같이 중요한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하청으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2006년 당시, 코레일은 비정규직이 2년 넘게 일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규정을 피하려고 승무원에게 자회사인 KTX관광레저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파업한 승무원들은 전원 해고됐다. 정리 해고된 여승무원은 280여명이었다. 지난 2006년 5월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들 가운데에는 지난 2015년,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도 있었다. 35세였던 그녀는 세살난 아이의 엄마이기도 했다. 그녀 역시 해고된 KTX 여승무원이었다. 복직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판결 이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러나 그 빚은 남은 가족이 물어내야 한다.
KTX를 탈때 보게되는 이들 여승무원들이 이런 환경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던 이들이 많을 것이다. 기자 또한 이들을 항공사 승무원과 비슷한 직종으로 판단해왔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은 계약직으로 근무를 시작했고 계약 기간인 2년이 지나자 코레일은 채용 공고에서 약속됐던 2년 이후 정규직 전환 조건을 어기고 비정규직으로 관광레저라는 코레일 자회사와 계약을 맺으라고 했다고 한다. 남자 승무원들은 코레일 소속이다. 그러나 여승무원들은 자회사의 위탁 계약직 신분이다.
이들은 거리에서 항의했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보면, 눈물겹다. 아기를 안고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도 눈에 보인다. 1심과 2심에서 재판을 이겼지만, 대법원에서 이들은 졌다.
전국철도노동조합 KTX열차승무지부는 지난 5월, 서울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X 승무원 복직 교섭 재개와 8000만원의 가처분 지급금 환수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해 있었던 대법원 판결을 엉터리라고 주장한다. 코레일에 복직 관련 교섭을 요청해도 묵살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코레일은 소송 과정서 김엔장, 세종을 써가며 많은 자금을 썼다고 한다. 결국,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졌다.
이 사태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위장도급, 불법파견이라는 거대한 불법과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사기"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들린다. 공기업인 코레일은 8000만원 반환에 대해서도 조속히 실행되지 않으면,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협박도 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코레일이 법률적 책임을 면했을지는 몰라도 취업사기라는 도덕책 책임까지 면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한다. KTX 출범 당시, 코레일은 여승무원들을 이용해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들을 이용한 것에 다름아니었다. 직접고용을 요구하니, 이들을 잘라냈다.
코레일은 거리에서 항의하는 이들에게 회유와 협박도 했다고 알려진다. 회사에 복귀하면 선착순으로 간부로 승진시켜주겠다는 얘기도 있었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었다.
판결은 났지만, 분명한건 코레일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코레일은 여승무원들을 도구로 이용했을 뿐이다. 법은 역시나 약자 편이 아닌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