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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건희 회장 동영상 사건' 법적 책임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삼성그룹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동영상 사건과 관련해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이것이 단순히 개인의 일탈행위에 그치는 사건이 아닌, 금융실명제법 위반 문제 등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된 이 내용은 고액 성매매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우리 사회 상위 1%의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행태가 눈으로 확인 돼 많은 이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성매매 자체는 처벌이 따르는 불법행위다. 문제는 이과정에 삼성그룹 계열사 임원이 관여한 정황도 나왔다는 점이다. 이 회장, 삼성그룹 모두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많은 이들이 이 사건이 어떻게 처리될지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비록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2년 넘게 의식불명 상태이지만, 수사당국의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다.

김 소장은 먼저 성매매처벌법 위반 문제에 주목한다. 삼성그룹 임직원이 조직적으로 개입 돼 채홍사 노릇을 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성매매알선 등의 행위에 해당 돼 형사처벌 소지가 있다는 차원을 넘어, 기업의 인적·물적 자원이 총수 개인의 불법적 사익에 악용됐다는 점에서 내부통제장치의 붕괴 내지 기업지배구조의 후진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금융실명법 위반 문제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김인 삼성SDS 고문 명의로 계약된 13억원 상당의 빌라 전세금 출처가 2008년 삼성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차명재산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빌라는 문제의 동영상의 일부 영상이 촬영된 장소였다. 김 고문은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출신이다.

삼성 측은 당시 차명재산에 대해 이병철 선대회장이 사망한 1987년부터 차명인 상태로 상속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었는데, 이는 그대로 받아들여졌었다. 김 소장에 따르면 빌라 전세금의 출처가 선대 회장의 상속 차명재산이라고 한다면, 도덕적 논란은 될 수 있어도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한다.

계열사와는 무관한 이 회장의 개인 재산이라는 삼성특검의 결론이 이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라는 것. 더욱이 2014년에 개정되기 전의 금융실명법에는 차명으로 거래한 실소유자(이 회장)와 명의대여인(김 고문)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조항도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차명재산 전부가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이라는 삼성 특검 수사 결과는 진실이 아니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생명의 차명주식 중 상당 부분이 선대회장의 사후에 새롭게 조성된 것이라는 것을 밝혀낸 바 있다. 1988년 9월 삼성생명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주주계열사였던 신세계와 제일제당(현 CJ)이 실권한 주식을 임직원 명의로 차명했다.

김 소장은 "따라서 이번에 문제가 된 김 고문 명의의 차명계좌도 그 연원을 다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삼성특검이 찾아낸 차명재산이 맞다고 하더라도 왜 그것이 2014년 금융실명법 개정 전까지 계속 김 고문 명의의 차명계좌로 존재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한다. 차명계좌의 대부분은 삼성증권과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개설된 것이었고, 실명확인 의무를 게을리한 이들 금융회사는 감독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그는 "그런데도 이 회장은 김 고문 명의의 차명계좌를 실명전환하지 않았다"며 "이 역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소장은 법적 문제 외에 사회와의 약속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특검 수사결과 발표 직후 이 회장은 삼성혁신안을 발표했는데, 당시 이 회장은 "삼성생명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차명재산은 세금납부 후에 사회적으로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 액수는 1조원이 넘는 거액이었다.

그러나 8년이 흘렀지만 이에 대해 아무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김 소장은 "이번 빌라 전세금은 사회적으로 유익한 일이 아닌 개인적 용도에, 그것도 추악한 불법적 용도에 차명재산을 사용한 것"이라며 "아버지의 업보를 그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깨끗하게 해소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분명 유쾌하지 않은 소식이다. 분명한 불법행위이고 이같은 일에 그룹이 조직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나온 이상, 김 소장의 발언처럼 '후진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성매매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으며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말로 선을 긋은 상태다. 삼성그룹에 문제 발생 시, 이 회장을 감싸는 모습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그룹 차원의 개입 정황이 더 드러나게 되면 이 일은 더욱 심각해지게 될 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의혹도 많다. 이 사건을 그저 개인의 일탈 행위로 치부할 수 없는건, 이같은 문제들이 뒤섞여있기 때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