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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롯데, 회장 구속 면했지만 쇄신 없으면 최악의 상황 언제든 올 것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 자산은 91조원이며 75개의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다. 롯데 그룹을 둘러싸고 각종 비리와 의혹들이 제기됐다. 롯데에는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배짱 경영이 숨어있었다. 형제 경영권 분쟁과 횡령, 배임, 탈세, 편법 계열사 동원 등 각종 비리와 의혹들이 제기됐다.

검찰은 그룹 전체를 대대적으로 압수수색 했다. 지난 6월 10일부터 240명이 수사관과 20명의 검사가 동원됐고 110일 넘는 수사가 진행됐다.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포함 신영자 이사장, 신동주 전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남매,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자인 서미경씨와 그 딸인 신유미씨까지 롯데 오너 일가 모두가 비리와 관련됐다는 혐의를 받았다.

신 총괄회장은 갖고 있던 롯데홀딩스 지분을 서미경/신유미씨, 신 이사장에게 넘겨주며 탈세를 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검찰은 해당 지분 가격이 6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회장과 서미경/신유미씨에게 약 500억원대 공짜 급여를 지급한 협의를 받았다.

지난 28일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은 롯데그룹 총수 일가를 계열사에 이름만 올려놓고 급여를 지급한 것은 명백한 횡령이라고 주장했다. 또 신 회장이 총수 일가가 개인적으로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계열사 간 주식 거래를 지시해 총 1250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가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 측은 급여 500억원은 신 회장이 수혜자가 아니고 일감 몰아주기는 신 총괄회장이 지시한 사안이라 신 회장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 이사장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로부터 면세점 입점 청탁과 거액을 받은 협의로 구속된 상태다.

그러나 지난 29일 새벽, 신동빈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혐의의 상당 부분이 신 총괄회장이 경영하던 시절의 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검찰 수사로 롯데 일가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드러나긴 했지만,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0명을 동원해 롯데그룹을 대대적으로 압수 수색하고 세 부서 검사 20명을 투입해 넉 달가량 수사해 밝혀낸 것이 무엇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 수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비자금은 결국 나오지 않았다.

이에 비자금 조성이나 정관계 로비 의혹에 촛점이 맞춰졌던 검찰의 롯데 수사는 동력을 잃게 됐고, 사실상 마무리 됐다. 롯데에 대한 전면 수사는 왜 했는지도 모를 정도의 결과를 내고 끝이났다. 물론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아직 변수가 남아있기는 하다. 그러나 불구속 기소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롯데그룹은 안도하는 모습이다. 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지자 롯데 측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보다 투명하고 신뢰받는 롯데가 돼 국가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롯데그룹에 대한 이번 검찰 수사로 형편없는 기업 행태에 많은 이들이 실망감과 한심스러운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롯데그룹에서는 상식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고 지배구조도 불투명하다. 신 회장이 구속은 면했지만,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총수 일가의 비리 혐의는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신 회장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며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한 점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롯데가 이번 수사를 계기로 오너 일가의 전횡을 견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경영 쇄신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비상식적인 욕심 채우기가 계속된다면 최악의 상황은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