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문제에 대하여 정책의제로서의 화두는 박대통령이 던졌다. 그리고 정부에서 적극적 추진을 할 터이니 국회에서도 특위를 설치하여 보조를 맞추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제의를 하였다.
얼핏 생각하면 국가의 중대사에 행정부와 입법부가 발을 맞춰 순조롭게 일을 처리하자는 발상으로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이런 추진방식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우선 정부가 주도자의 한 축으로 나설 때 예상되는 치명적 문제가 있다. 바로 실현가능성의 문제이다. 노무현대통령과 이명박대통령 모두 임기 말이 가까워 오는 시점에 개헌을 추진활 것을 제안 하였다. 그러나 모두 성공하지 못하였다. 차기 대선을 앞둔 여야 정당과 대선후보자의 이해가 엇갈려 추진동력을 얻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면 박근혜 정부는 어떠한가? 이런 상황에서 예외가 결코 될 수 없다. 박정부는 앞의 두 정부 보다 오히려 더 좋지 못한 정치적 환경에 직면 하여 있다. 국민과 정치엘리트들과의 소통부재로 인한 불신 풍조가 만연되어 있으며 우병우사건, 최순실게이트 처리과정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 지금은 신뢰의 위기와 경제침체로 인하여 임기말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의 지속적 하락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되고 있다.
더욱이 최순실의 국기문란과 국정농단이 대통령의 진술로써 밝혀진 이상 박대통령은 개헌은 말할 것도 없고 주요국정과제에 대한 추진력을 거의 상실하고 말았다. 정치지도자로서 가장 위험한 전형적인 신뢰의 위기에 빠져버린 것이다.
따라서 개헌이 중차대한 입법에 관한 정책의제라서 그런 측면도 없지 않지만 작금의 정부의 입장과 정치적 환경을 고려할 때 박대통령은 그저 물꼬를 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뒤로 물러서고 국회가 개헌에 관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러 사람 협력이 필요한 일이면 같은 일도 이를 누가 앞장서 추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