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나 국민들 사이에서는 최순실씨 국정농단으로 초래된 국정혼란을 정리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거국내각 또는 책임총리제가 거론되었다. 이는 집권당중심의 개각이나 대통령중심의 통치가 극도로 불안정상태에 빠진 현 정국을 이끌어 갈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통령 자신이 국정농단 원인제공자의 중심인물로 비쳐지고 있어 국정주도력을 이미 상실하였고, 공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반사인으로서의 최순실씨가 깊숙이 국정에 관여하는데도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여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여온 새누리당이 집권여당으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였다고 보면 거국내각이나 책임총리제는 현재의 법규아래서는 나름대로 수긍이 가는 타개책의 하나로 보여 진다. 거국내각은 여러 사람들과 협의를 거치고 각계의 의사타진을 거쳐 여야를 막론하고 널리 능력있고 신망이 두터운 인재를 골라 구성하는 내각을 지칭한다.
흔히 비상시에 등장하는 이런 정치체제는 몇 가지의 전제조건이 갖추어져야 비로소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새로운 총리나 각료로 등장하는 사람이 여야의 지지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능력이나 자격에 대하여 국민들로부터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가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런 사람을 찾는 다는 것이 쉽지 않으며, 특히 난국에서는 더욱 어렵다. 결국 민주적 절차를 갖추고 협치의 정신에 의하여 토론과 협의를 진행하여 인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박대통령은 새 총리를 야당은 물론 여당의 주요 인사들과 협의도 해보지 않고 후보내정자를 결정한 것 같다. 당연히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에서도 이런 인사방식에 대하여 박대통령이 여전히 불통과 독단적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강력한 저항과 반발을 보이고 있다. 단적으로 야3당은 총리후보자에 대하여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총리는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이상이 참석한 청문회에서 과반수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과반수이상 의원을 지니고 있는 야3당이 인사청문회 자체를 거부하면 총리 임명은 불가능하다. 총리후보내정자 신분으로 이 어려운 정국을 돌파할 수 있겠는가? 또 그런 상황이 오래 지속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의 총리 후보자 내정이 무위로 돌아가면 이미 국민적 신뢰를 상실한 대통령의 레임덕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박대통령은 지금의 어려운 정치적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