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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리더십의 오류와 한국의 비극

우리나라는 지금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정국이 혼돈의 와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수사의 초점이 최순실과 그의 가까운 지인들 그리고 청와대 비서관들에 맞추어지는듯 하다가 드디어 박대통령이 수사의 당사자가 되고 말았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수사당국은 물론이고 국민들 대다수는 이번 사건에 있어서 문제의 근원에는 결국 박대통령이 깔려 있다는 인식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그 결말이 어떻게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그리고 특검도 조만간 시작되기 때문에 수사결과가 나타나면 정치경제적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더욱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전국에 걸친 국민들의 대규모시위에서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퇴진요구가 분명하게 드러난 이상 박대통령의 정상적 업무수행은 더 이상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비극적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시기는 불명확하지만 내년에는 어차피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개인적 또는 국가적 차원의 비극을 재현하지 않기 위하여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진지하게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이 의문은 박대통령의 리더십이 과연 오늘날 우리나라에 적합한 것인지를 분석해 보는데서 시작될 수 있다.

지금은 사회적 기술적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빨리 진행되고 있으며 인적 물적 교류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면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글로벌시대이다.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교육수준이 상당히 높고 지적 에너지도 높지만 이념적 대립이나 지역간 갈등도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 이런 시대 이런 나라에서 대통령을 제대로 하자면 정확한 현실인식과 예리한 상황 판단력,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 공공정책에 대한 이해와 전문적 지식, 갈등조정과 통합을 할 수 있는 능력, 정보와 지식을 늘리 흡수할 수 있는 열린 마음, 유능한 인재를 골고루 등용할 수 있는 포용력 등이 두루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우리는 박대통령이 이런 자질과 능력 중에서 과연 어떤 것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가?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어떤 요소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합격점을 주는 이는 드물 것이다. 거의 4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국정을 수행하고 인사관리를 하여왔던 과정을 보면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이 제대로 행사된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리려 오만과 독선, 불통과 담장쌓기, 정치인간 편가르기, 공식적 조직보다 비선조직 의존경향 등이 너무나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요소들은 권위주의 체제나 옛날에 존재했던 전제국가의 군주들에게서 쉽게 발견되는 통치자의 리더십 행태들이다. 이른바 친박이라는 사람들과 적지 않은 정치인들은 이런 시대착오적 리더십행사에 맹목적으로 순응하여 왔으며, 그것을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 오인하여 왔다. 그 과정에 자신들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면서 나라가 망가지고 있는 것을 묵인하거나 방치하여 왔던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는 시대적으로 뒤떨어지거나 도덕적으로 잘못된 리더십을 지닌 대통령을 다시 뽑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지식정보사회를 이끌어 갈 능력이 없는 무지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택하여서도 안 된다. 수십년 전에 형성된 습관과 태도로 오늘날의 사람을 분간하고 문제를 재단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서도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은 대통령이 행사하는 리더십의 오류가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국격을 떨어뜨리며 국가발전을 가로막고 사회안정을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잘못된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하여 국가적 비극이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우리 국민들이 다가오는 대선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엄중한 역사적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