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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라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면 안 된다

대통령이나 공권력을 지닌 정치지도자는 자신의 사익과 공익이 충돌할 때 공익을 우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헌법상 모든 공직자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지금 이런 헌법상의 기본원칙이 여지없이 허물어져 가고 있다. 대통령이 자신의 공권력을 유지하고, 나아가 법적, 정치적, 도덕적 권위의 상실과 피의자로의 추락으로 인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보기 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자신의 대국민 사과에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응하겠다고 해 놓고 범죄혐의가 밝혀지자 더 이상 검찰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시위는 모른 척 하면서 “나는 내 갈 데로 갈테니까, 법대로 해보라”는 식의 후안무치한 행태는 국가의 운명과 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일국의 대통령령이 보여서는 결코 안 된다.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이끄는 공권력의 중추인 검찰의 조사결과를 전면 부정하는 태도는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법도 정의도 없다는 전제 군주식 횡포에 지나지 않는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런 상식에 어긋나고 도리에 맞지 않는 행태에 대하여 분노와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제 박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이상 탄핵절차를 밝는 것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두 야당이 탄핵을 당론으로 정했고 여당의 비박의원들이 같은 뜻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국회의 탄핵절차와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이나 헌법재판관은 반드시 가슴에 명심해야 할 판단기준이 한 가지 있다. “자신의 사익 보다 국가의 공익을 우선해야 한다” 는 기본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어이없는 국정농단과 그로인한 정치경제적 혼란을 바로 잡기 위하여, 그리고 민주공화국의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하여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과정에서 얽힌 개인적 인연이나 공직의 임명과정에서 형성된 일시적 연분이 국가의 중요대사를 판단하는데 비중 있는 판단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발전과 사회적 정의가 무엇인가를 우선 생각해야 한다. 나 자신의 안위나 일신의 순간적 이익 보다 사회공동체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국민들은 탄핵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 선택권을 지닌 국회의원, 헌법재판관들 및 그들에게 형향을 미치는 정치지도자들의 행태를 유심히 바라볼 것이다. 그들이 법과 정의의 원칙, 그리고 공익우선의 원칙을 존중하는 지, 아니면 자신의 개인적 이익이나 집단적인 당리당략에 무게를 두는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하여는 주권자로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냉혹한 역사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