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경제에 있어서 세 경제주체, 즉 가계, 기업, 정부는 성장과 쇠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한 가지 경제주체가 흔들리면 다른 주체들이 어려운 국면에 빠져들고 반대로 다른 한 개의 경제주체가 번성하면 다른 주체들 역시 성장가도를 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나라는 나라의 예산규모는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있음에도 가계와 기업이 모두 상당히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기업의 주요지표, 생산, 매출, 수출, 투자등이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는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내년의 투자예상도 대부분의 기업에서 좋지 못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9월기준으로 불과 71.4%밖에 되지 않는 것은 지금 우리 기업들의 실태와 경제의 현주소를 너무나 잘 나타내어주고 있다.
가계의 경우 박근혜정부 경제혁신 3개년계획에서 내세운 내년3만불 달성과는 거리가 멀고 여전히 2만불 후반시대에 그대로 머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넘는다. GDP대비 가계대출의비용은 무려 77.2%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가파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자율이 오르면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주택담보대출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상환 불능이 금융기관과 주택업체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주택업계에서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이어진 주택공급과잉이 내년부터 2018년 사이에 주택거래절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정치경제적 환경의 악화, 그리고 고용조차 점차 나빠져 실업률이 10월 기준 3.4%에 이르러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실정에 이르고 있다 보니 소비와 내수 또한 기대를 하기 어렵게 되어 가고 있다. 우리사회의 고령화와 경제불안심리 확산은 좀처럼 가계로 하여금 주머니를 풀지 못하게 하고 있다.
가계에 불안요인이 점차 증가하고 위기국면이 이렇게 한발 한발 다가오고 있는데 정작 국가경제를 걱정하고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챙겨야할 정부의 콘트롤타워는 제자리조차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그만둘 경제부총리와 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내정된 부총리가 서로 눈치를 보면서 앉아 있는 모습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이들 조차 정치파국으로 조만간 모두 그만두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어떻게 가계걱정을 책임지고 할 수 있겠는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걱정한다면 하루빨리 환란에 빠진 정국이 안정되고 경제사령탑도 반듯하게 제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