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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경제위기와 경제관료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우리 경제는 나날이 어려움이 닥쳐오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30일 발표한 ‘10월’산업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70.3%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이다. 이는 외식숙박업체의 매출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 21% 넘게 급감하여 서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것과 더불어 한국경제의 무거운 암운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여기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도 95.8로서 7년 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실업률도 3.7%를 나타내고 있으나 내년에는 0.2% 이상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금의 경제상황이 이러다 보니 혹자는 지금의 경제위기를 97년 IMF때의 위기상황과 유사한 것으로 비교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외환보유액이나 단기외채비율은 그 때 보다 상당히 좋은 편이지만 다른 거시적 경제지표는 훨씬 나쁜 것도 적지 않다. 1997년 가계부채는 297조원에 지나지 않았으나 2016년에는 1,300조원을 넌고 있고, GDP대비 국가채무배율도 1997년에는 11.9%에 지나지 않았으나 올해 말에는 무려 40%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말하자면 가계와 정부가 빚쟁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제를 이끌고 갈 사령탑이 불확실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다른 사람이 대통령에 의하여 후보자로 내정되어 있는 지 오래되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정치생명이 내일을 가름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고, 국민으로부터 정치가로서의 생명인 국민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말하자면 경제정책을 제대로 결정하고 수행할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곳은 테크노크라트인 경제관료밖에 없다. 지념 전 경제부총리는 전 현직 경제사령탑 간담회에서 “ 요즈음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는 시중의 얘기를 인용하면서 공직에 몸담고 있는 후배들에게 소신을 가지고 우리경제를 챙겨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헌신적 노력과 자부심으로 우리 경제를 고속성장으로 이끌었던 옛날의 선배경제관료들의 기백과 충정이 간절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프랑스와 일본의 관료들은 정권이 바뀌거나 흔들려도 자신의 위치를 꿋꿋이 지키고 자신의 전문적 지식과 체험으로 정책을 관리해 나간다. 우리사회도 이제 정치중립적이고 든든한 전문관료가 국가의 주요정책을 이끌어 가는 시기로 접어들어야 할 것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