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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장의 촛불, 올바른 참여민주주의로 승화시키자

어두운 겨울밤을 밝힌 수백만 개의 촛불은 주권자 국민이 만들어 낸 한국 민주주의 재건을 위한 염원이었다. 소리 없는 외침이었다. 특권과 부정을 거부하는 부드러운 몸짓이었다. 누가 이 숭고한 염원을 거부하겠는가? 누가 이 외침을 못들은 척 할 수 있겠는가? 누가 이 몸짓을 못 본체 할 수 있겠는가?

전국 주요 도시의 광장에서 피워진 시민들의 작은 촛불은 전근대적 통치, 비민주적 정치활동으로 시민들을 화나게 했던 박대통령을 탄핵소추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촛불 하나 하나는 아주 작지만 한 덩치로 모아진 수백만 개의 촛불은 가공할만한 위력을 지니게 되었다. 우왕좌왕하고 머뭇거리며 정치적 행로를 제대로 찾지 못한 정치권에 가야할 길을 훤하게 밝혀 주었다. 아직은 미완의 행진이지만 촛불을 든 시민들의 집단시위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가능성을 뚜렷이 암시하고 있는 징표이다.

유럽 선진국들의 민주주의는 대개 광장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그래서 도시의 시청앞에는 시민들이 모여서 담론하고 축제를 즐기는 광장이 발달되어 있다. 고대 로마제국의 위민통치도 광장주변에서 전개되었다. 전제군주 국가에서조차도 통치권자는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서 여론을 읽고 통치의 기준을 판독하였다.

이제 현대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다시 광장의 중요성은 재인식되기 시작하였다.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등장한 것이 시민들이 직접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참여민주주의이다. 현대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정치적 수단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인터넷이요 다른 하나는 광장이다. 인터넷과 공간으로서의 광장은 시민들이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고 정책적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교호작용을 한다. 교호작용을 통해서 상승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 실증적 모델을 우리는 광화문광장의 촛불시위에서 발견하였다.

광장과 인터넷의 정치참여가 올바른 참여민주주의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어야 된다. 우선 평화적 촛불시위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절제와 양보의 미덕이 필요하다. 질서유지를 위해 시민들은 행동욕구를 자제하였다. 그리고 국가발전과 공익실현을 위한 사익의 희생이라는 대의정신이 요구된다. 사회적 정의실현을 위해 시민들은 자신의 여가시간을 희생하였다. 의사표시를 위한 적극적 참여가 요망된다. 광화문 광장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버스로 지하철로 행진에 참여하기 위하여 모여들었다.
다른 나라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광장의 평화적 촛불시위는 우리나라에서 참여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정당과 정치인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의 약점을 올바른 참여민주주의를 통하여 보완시켜 나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