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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칼럼] 쪼개지는 새누리당과 보수의 진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새누리당이 드디어 비박계의원들의 집단탈당으로 분당이 되게 되었다.

정당은 정치이념과 정책성향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권을 잡고자 하는 정치인들의 모임이다. 그런데 한 정당소속이라고 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친박과 비박은 정치적 거리가 너무 멀었다. 지난 총선을 전후하여 공천파동이 두 계파를 한 정당내의 단순한 이질적 집단이 아니라 불신과 증오가 두 계파의 경계를 가르는 일종의 정치적 원수로 변질시켰다.

맹목적 추종세력인 친박과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적 보스로부터 배제된 비박은 일찍이 같은 울타리에 살 수 없는 정치집단이었다. 21일 비박31명이 탈당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드디어 보수를 표방한 새누리당은 균열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탈당의 동조자를 모으기 위하여 27일 탈당한다고 하였으나 심리적 탈당과 분당은 이미 현실화되었다. 이제 보수의 결집을 표방하면서 집권여당이었던 이 정당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떨어져나가 새로운 보수정당을 건설하고자 하는 새정당의 앞날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이에 대한 해답이 이 나라에서 보수적 정당의 정체성과 발전가능성이 달려 있다.

한 나라에서 보수적 정당과 진보적 정당은 두 가지가 다 필요하고 존재이유가 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고 점진적 변화를 추구해야 할 때도 있고, 정치체제와 정치의 틀을 바꾸고 혁신적 정책변화로 빠른 사회경제적 발전을 시도해야 할 때도 있다. 전자는 보수주의의 가치이고 후자는 진보주의의 존재이유이다. 영국이나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시대적 상황과 정치환경의 변화에 따라 두 정당이 교차적으로 집권을 하고 있다.
보수주의가 정치이념으로 선호되고 이를 추구하는 정당이 지지를 받기 위하서여는 몇 가지의 전제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는 경제적 풍요와 사회질서 확립, 그리고 사회적 형평성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둘째,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자기혁신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셋째, 특정 개인의 권위가 아니라 집단적 에너지가 사회안정과 변화를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

새누리당의 이름으로 남아 있는 친박세력이든 둥지를 털고 나와 새로운 보수주의 기치를 내 걸고 신생정당을 결성할 비박세력이든 이 땅에서 국민적 지지를 받게 위하여서는 이 세 가지 전제조건을 가슴깊이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 결사인 정당이 특정 개인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국리민복을 위한 것임을 잊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멋진 미사여구를 가지고 보수정당의 색칠을 하고 행세를 하더라도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적이 국가와 국민이 아니라 정치인 개인의 권력유지와 사익추구에 있는 것을 간파하는 순간 국민들은 그들을 다 떨어진 헌신짝처럼 여지없이 버리고 말 것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