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지난 23일 당정협의회에서 내년도 추경을 2월까지 편성해달라는 요구를 하였다. 400조 5천억 원의 내년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다시 추경을 편성한다는 것이다. 추경은 이론적으로 본예산이 편성되고 심의될 당시 예측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업이 생겼을 때 편성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심의 확정된 예산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당초 예산 편성 시 예기치 않은 중대한 일이 발생이라도 한 것인가? 근래의 사회경제적 환경을 고려할 때 이런 의문에 긍정적 답을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런 여당의 추경편성제안은 다분히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내년도 예상되는 대선을 생각한다면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켜야 할 필요가 있고, 이렇게 하기 위하여서는 정부의 재정지출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역사상 400조원을 넘어선 우리나라 국가의 예산은 그 규모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0%까지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추경을 편성하여 국가 채무가 더 늘어나면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빚은 더욱 무거워지게 된다.
예산은 규모도 중요하지만 예산의 용도와 집행의 효율성이 그 못지않게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예산내역을 치밀하게 분석해 보면 불요불급한 예산이나 정부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은 사업에 지출되는 예산도 적지 않다. 또 정부지원사업의 경우 뻥튀기 되어 예산이 편성 집행되는 사례도 적지 않고, 심지어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정부예산을 눈먼 돈 빼어 먹는 식으로 훔쳐 먹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제로 베이스에서 우리 정부예산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분석한 다면 적지 않은 낭비부분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산의 크기를 부풀리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예산의 적정집행에 우선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정부재정의 조정을 통하여 경기부양을 하는 방법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예산규모의 증대를 통하여 재정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산구조를 경기부양효과가 크도록 구조화하고, 집행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것이다. 국가 채무규모가 큰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한 한 전자의 방법보다 후자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국민부담증가를 예방하면서 재정의 경기부양효과를 제고하는 합리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2월 추경의 예는 그리 많지 않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비상시기인 1998년이 유일한 예라고 할 것이다. 그만큼 연초 추경예산의 편성은 논리적으로 이를 정당화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여야정당은 아무리 대선을 앞 둔 정치의 계절이라고 하더라도 나라살림을 함부로 주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