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사설] 국민연금, 국민을 위해 운영되어야 한다

국민연금은 잘못된 운용으로 큰 손실을 보았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을 한 결과 무려 3,000억원의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최순실 국정농단사건과 연계되어 지금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홍와선 전 기금운영본부장이 피의자로서 업무상 배임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이다. 많은 국민들의 삶이 연결되어 있는 가장 중요한 사회보장제도중의 하나이며, 그 규모도 방대하여 무려 545조원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1년 예산 44조원을 훌쩍 넘는 액수이다. 따라서 이것의 운영성과는 바로 국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어 있다.

그런데 국내외 주요연기금 운용 수익률을 비교하여 보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수익률은 현저히 낮은 편이다. 2011년에서 2015년 사이 주요 국가들의 연기금 운용수익률을 비교해보면 캐나다의 CPPB가 10.6%, 미국의 CalPERS가 10.7%, 네델란드의 ABP가 8.0%, 일본의 GRIF가 6.3%인데 비하여 한국의 연금기금수익률은 불과 4.7%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연기금 수익률은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왜 이렇게 상대적으로 낮은 것일까?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데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법제상으로는 우리나라도 연금기금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기금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위원회에서는 법률상 기금운용지침, 연도별 운용계힉, 운용결과평가 등 기금운용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적 조직과 운영실태를 보면 독립성 및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20명의 위원 중 정부측 당연직위원 5명을 뺀 각계의 대표를 보면 전문성을 지닌 위원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운용도 보건복지부와 연금공단 관련부서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을 부인하기 어렵다. 일 년에 몇 차례 회의가 개최되기는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동안 그것도 점심식사를 하면서 회의가 진행되는 것이 많다. 깊이 있게 의사진행이 되기도 어렵고 회의 주관부서가 제안한 내용을 수정 보완하는 경우도 별로 없다. 말하자면 회의진행이 형식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기금운용방식은 캐나다와 일본에서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어느 정도 보장하고, 이사 대부분을 정부와 독립된 민간의 경제 또는 금융전문가로 위촉하여 기금운용을 공정성과 전문성의 견지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과 너무나 많은 차이가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각종 연기금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파당적으로 오용되어 왔던 전례에 비추어 보면 정말 부러운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지금 진행 중인 국민연금에 대한 특검의 수사를 계기로 이제 더 이상 운용상 미숙함이나 정치적 이용이 재연되어서는 안 된다. 전문성과 공정성을 살려 오로지 국민을 위하여 운용되어야만 한다. 국민연금이야말로 고령화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 국민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삶의 든든한 받침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