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교육계 블랙리스트의혹에 이어 교육계에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충격을 던지고 있다. 정부는 근래 초 공백 기간이 무려 27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경북대 총장을 새로이 임명하였다. 그런데 직간접적 선거로 선출된 두 명의 후보 중에서 1위를 한 김사열후보를 제치고 2위를 한 김상동후보를 임명하였다. 국공립대 총장은 직간선으로 선출된 두 명의 후보 중에서 교육부장관의 제청을 통하여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부는 1위 후보를 총장으로 임명하여 왔다. 대학의 자주성과 학문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그런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정부는 특별한 사유에 관한 아무런 해명도 없이 오랫동안 국공립대학 여러군데 총장을 임명하지 않고 공석으로 두다가 경북대를 비롯한 몇 개 대학총장을 2순위후보를 총장으로 임명하였다. 형식적으로는 두 사람 중 대통령이 누구를 임명하더라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선거에 관여한 대학구성원의 총의가 무시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경북대의 경우 2순위 후보인 김상동교수를 총장으로 임명하자 교수와 직원, 그리고 학생들은 대학의 의사를 무시한 정부의 처사에 항의하는 집단행동을 거행함으로써 대학이 일대 혼란에 빠지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렇게 순위를 번복한 임명이 합리적 사유가 있으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이는 대학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훼손이다. 그런데 총장탈락자인 김사열교수측의 말에 의하면 지난해 청와대수석회의에서 우병우민정수석이 2순위후보를 강력하게 주장하여 1순위후보가 탈락하였다고 한다. 충남대 총장임명과정에서도 이재만 전비서관과 김상률전 교육문화수석 등 한양대인맥과 최순실 개입의혹까지 있다고 박범계민주당 의원이 청문회에서 말한 적이 있다.
여러 개의 국공립대학초장임명을 장기간 유보하거나 특별한 해명도 하지 않고 2순위후보자를 총장으로 임명한 배경에는 특정인은 총장이 되어서 안 된다고 하는 박대통령의 편견과 잘못된 판단이 깔려 있다고 한다. 이는 대학행정과 대학의 자주성과 안정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대학은 자유로운 연구와 창의적 사고가 보장되어야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오랜 역사적 전통을 지닌 유럽대학을 보면 대학의 자주성과 자치를 충분히 보장해주고 있는 것이다. 특정 총장후보가 시민운동을 한 적이 있거나 진보적 성향을 지니고 있어서 임명권자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2위 후보자를 임명하거나 장기간 총장자리로 두는 것은 직권남용이며 공권력의 부당한 횡포이고, 나아가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할 수도 있다.
박근혜정부의 불법 부당행위를 특검을 통하여 밝혀내고 있는 지금 대학총장임명과 관련된 부조리와 황당한 블랙리스트 존재유무에 대하여도 철두철미하게 조사하여 그 진실을 밝혀내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학의 자주성확보와 이를 토대로 한 학문의 발전은 우리나라 사회경제적 발전의 디딤돌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