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소추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정지당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통령 신분을 지니고 있고, 따라서 청와대에 기거하며 대통령으로서의 경호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통치가 이루어지는 이 나라에서 법률을 준수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 기본적 책무요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런데 어제 열린 헌재의 심리에 박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았다. 그 대신 직무가 정지된 상황인데도 난데없이 간담회를 개최하여 검찰 수사 및 특검수사, 국정조사 등에서 확인된 내용에 대해서조차 “완전히 엮은 것”, “손톱만큼도 없다”라는 원색적 표현으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자세는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받을 당시 국회의 법사위원장으로서 탄핵소추위원이었던 김기춘의원이 대통령의 탄핵심리재판 불출석에 대하여 한 말, 즉 “대통령의 불출석은 헌재의 권위와 국민을 무시한 것”이라고 하는 지적이 그대로 들어맞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많은 국민들은 촛불시위를 통하여 박대통령의 ‘즉시하야’를 요구하고 있고 국회에서는 압도적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그리고 지금 국민들 10명중 8명은 탄핵소추안이 헌재에서 인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속에서 한국경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국민들의 심리상태는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일국의 대통령을 4년이나 역임하고, 국가와 국민의 행복을 진정으로 생각한다고 하면 지금이라도 어려운 선택이지만 정도를 걷는 것이 국가원수로서의 마지막 품격을 유지하는 길이다. 평범한 인간으로서 생각하면 대통령의 지위에서 내려오는 순간 형사소추면제의 특권이 없어지면서 고초를 당할 것이 두렵고 부끄러울 수도 있다. 이는 바로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에 비유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형사재판의 문제는 언젠가는 한번 그쳐야 할 사법적 절차이다. 그 시기만 남아 있을 뿐이다. 혹자는 대통령의 지위에 있으면서 수사를 받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최대한 시간을 지연하는 것이 사법적 판단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유리하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수행에 문제가 없고, 검찰과 특검의 수사내용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판가름하는 헌재에 나와서 당당히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 합당한 태도이다. 변호인의 변론보다 직접 해명하는 것이 법절차도 존중하면서 강한 설득력이 있을지 모른다. 노무현대통령이 탄핵심리에 출석하지 않았으니 본인도 출석치 않겠다는 생각은 오판이다. 노대통령사건은 명백한 사실에 대한 법적 가치판단문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박대통령의 사건은 사실과 행위의 존재유무를 다루는 근본적 문제가 내제되어 있다.
따라서 다음 헌재의 심리에 박대통령은 당당히 출석하여 혐의를 받고 있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이에 관련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지난 선거에서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는 물론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이고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품격을 유지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