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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는 2野…국민의당 사드당론 '재검토', 민주는 '신중’

北미사일·김정남 피살 파장속 대선표심 겨냥해 각각 '전략행보'
국민의당, 중도층 외연확장 포석…민주, 확대 경계·차분한 대응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씨의 피살사태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두 야당의 대응이 갈리고 있다.

대선을 겨냥한 양당의 전략적 차이가 느닷없이 돌출한 안보국면 속에서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 제3지대를 자임하며 현 대선판을 흔들려는 국민의당이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안보불안 해소를 내걸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반대' 당론까지 재검토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여기에는 강력한 안보관을 강조하면서 민주당으로 넘어가는 듯했던 중도층을 다시 끌어안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40% 안팎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는 민주당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보이슈가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정권교체에 맞춰진 국민의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듯 "사실 파악이 먼저"라며 차분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전날 김 씨의 피살소식이 알려지자 곧바로 오후 10시 30분 국회에서 박지원 대표의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서 대책을 논의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였다.

특히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변화된 상황에서 사드배치를 반대할 명분은 많이 약해졌다"며 사드배치 반대 당론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은 '안보는 보수(안보에서는 보수적 입장)'라는 걸 자처해왔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진보층이나 호남 민심이 당론 재검토를 반대하지 않겠나"라는 질문에 "진보층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이 정도의 공포정치를 한다면 남북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앞으로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상황 아니냐"라고 답했다.

국민의당은 각자 의원들이 사드배치 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진 후에 17일 의원총회를 열어 본격적으로 당론 변경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약진으로 중도층 표심이 민주당으로 넘어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하는 시각이 있다.

안보 이슈를 주도하면서 중도층의 지지를 되찾아 오기 위한 선제대응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가 줄곧 강조한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입장에 당 차원에서 보조를 맞추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안 전 대표는 전날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유일하게 입장을 내고 "정부가 상황 대처에 만전을 기할 것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반면 민주당은 "사실확인이 우선"이라며 별도 회의를 열 거나 의원총회를 개최하는 등의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면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6일 의원총회 역시 피살사태가 아닌 개혁입법을 주제로 열린다.

대신 박경미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북한의 암살이라면 비정상국가의 광기가 극에 달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는 사실관계 파악에 시급히 나서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같은 신중론에는 최근 정권교체 여론에 힘입어 당 지지율과 소속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변수가 끼어들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을 차단하려는 생각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유능한 안보정당'을 자임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보 이슈는 여권에 유리하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민주당에서는 이번 이슈가 조기대선 등 국내 정치에 이용돼서는 안된다며 단속에 나섰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 정권 내부에서 촉발된 안보 불안을 제 입맛대로 확대해석해 국내 정치나 선거에 이용하려는 섣부른 시도는 경계돼야 마땅할 것"이라며 "정치권 일각의 선제타격론 등은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확대해석과 선동이 아니라 굳건한 안보태세와 평화"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