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가상화폐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앞으로도 가상화폐가 각국의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법정화폐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부테린은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 이더리움 밋업' 강연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보다 법정화폐가 안정성이 높아서 회사원이 월급을 받거나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등 전통적인 산업에서 가상화폐가 법정화폐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신 사물인터넷이나 인터넷상에서 거래할 때 법정화폐를 보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테린은 17살 때인 2011년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아버지에게 처음 비트코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 19세에 이더리움 설계도를 발간했다.
2012년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에 들어갔지만 2014년 그만두고 본격적인 이더리움 사업을 시작, 이더리움 생태계 조성을 책임지는 이더리움 재단을 만들었다.
이더리움 재단을 만들 때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165억원을 모으기도 했다.
이더리움은 결제 기능에 집중하는 비트코인과 달리 블록체인이라는 분산 원장 기술을 바탕으로 가상화폐는 물론 다양한 보안 및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부테린은 최근 한국에서 불고 있는 이더리움 투자 광풍에 대해 "단순히 투자수단만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이더리움의 기술 철학이나 응용성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가상화폐를 운영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만들었다면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위해 가상화폐를 만들었다"며 "가상화폐는 금융뿐 아니라 비금융 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확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더리움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곳으로는 전자계약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은 부동산 계약 등 사인 간 거래를 하면서 계약을 하면 이를 공증해 주기 위해 제삼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다양하고 복잡한 계약도 제삼자 없이 안전하게 계약을 맺고 이행할 수 있게 된다.
최근에는 기업공개(IPO)를 대신하는 역할로도 발전하고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이더리움을 활용한 가상화폐를 만들어 낸 다음 이를 공개(ICO)해 사업자금을 모으는 것이다.
주식 대신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방식이어서 현행법상 공모 규제도 받지 않는다.
부테린은 "블록체인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둘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콘텐츠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더리움의 가장 큰 장점은 확장성과 범용성"이라며 "단순 결제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이더리움 기술에 관심이 있는 개발자와 사업자, 투자자 등 1천여명이 참석했으며, 부테린을 비롯해 이더리움 재단의 인사들이 참여해 이더리움 기술과 확장성,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소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