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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여파 속 경비원 손잡은 아파트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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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일부 아파트가 경비원을 부당해고하거나 휴게시간을 늘리는 등 편법으로 임금을 깎는 상황에서 휴게시간 조정 없이 급여를 인상하는 아파트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15일 대한주택관리사협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인천시 서구의 한 아파트는 최근 경비원 14명과 청소원 4명에 대해 휴게시간을 늘리지 않고 급여를 인상했다. 사실 이곳은 작년 10월 폐쇄회로(CC)TV를 활용해 2개 동을 경비원 한명이 통합 관리하는 방식으로 경비원 수를 절반 감축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주민회의에서 무산됐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경비원들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해고돼선 안 된다고 우려하는 주민들이 많았다"며 "한 주민은 '우리가 외식 한번 덜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의 한 아파트도 주간 4시간, 야간 5.5시간의 경비원 휴게시간을 유지하면서 급여를 155만원에서 181만원으로 16.8% 올렸다. 또, 강북구 번동의 한 아파트도 주간 4.6시간, 야간 6시간으로 휴게시간을 늘리지 않고 경비원들의 임금을 16.2% 올렸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원과 청소원들의 임금인상안이 결정됐으며 주민 공람에서 별 문제 제기도 없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경비원 등의 월급이 190만원을 넘지 않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최대 13만원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월 13만원은 최저임금 상승률(16.4%)에서 5년간 평균 임금상승률(7.4%)을 제하고 책정된 지원금이다.

그러나 이들 사례와 달리 휴게시간을 늘리거나 휴가를 쓰게 하는 방식으로 임금 상승분을 줄이거나 아예 해고에 나서는 아파트도 적지 않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상당수의 아파트에서 경비원들을 해고까지 하지 않더라도 휴게시간을 늘리거나 휴가를 가게 하는 방식으로 임금 인상분을 줄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월급 190만원이 넘으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 나오지 않으니 190만원에 맞추려고 경비원 등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단지도 적지 않다"며 "정부에 일자리 안정자금 확대를 건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경비원들이 무더기로 해고 위기를 맞았다고 알려졌으나,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문제보다는 휴게시간 미보장으로 인한 입주자대표회의와 경비원 노조간 갈등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자리 안정자금이 경비원 등의 고용안정과 입주민 관리비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경비원 등의 임금수준이 낮은 소규모 공동주택이 일자리 안정자금의 주요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이들 주택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