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인 HSBC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세계 최초로 상업성이 있는 무역금융에 성공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 보도했다.
HSBC는 미국의 농산물 대기업인 카길이 아르헨티나산 콩을 말레이시아로 수출하기 위해 지난주 개설한 신용장을 처리하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은행은 기술 컨소시엄인 R3가 개발한 코다 블록체인 플랫폼을 사용했고 거래 상대방은 같은 기술을 채택한 네덜란드의 ING 은행이었다.
비베크 라마찬드란 HSBC 상업금융혁신성장 부문 대표는 종전의 시험적 무역금융과 달리 카킬의 경우에는 동일한 거래 쌍방이 관여할 경우에 반복될 수 있었으며 블록체인 기술이 상업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부동산 등기와 의료기록, 보험 청구 등의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HSBC의 성공 사례는 무역금융 분야에서도 폭넓게 채택될 길을 열어놓은 셈이다.
글로벌 무역금융은 9조 달러 규모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으로, HSBC는 지난해 이 부문에서 25억2천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블록체인 기술은 수많은 서류, 여러 날이 걸리는 절차를 아무런 서류 없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 세기 동안 지속된 무역금융 분야의 관행을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라마찬드란 대표는 다음 단계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한 많은 참가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은행과 해운회사, 항만 및 세관 당국들이 동일한 기술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을 표준화된 해운 컨테이너에 비유했다. 처음 등장한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해운회사들과 항만 철도, 무역회사들이 채택한 끝에 결국 글로벌 해상운송의 주력 모델이 된 점을 언급한 것이다.
HSBC 외에도 다수의 은행과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무역금융 분야에 활용하는 시험을 벌이고 있으며 실증 시험에 나선 경우도 없지 않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三菱)상사와 미쓰비시파이낸션그룹(MUFG)은 외국 대형 금융기관과 협력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국제송금체제 구축에 나선다.
지금까지 며칠씩 걸리던 송금절차를 몇 분 만에 끝낼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양사는 빠르면 이달 중 실증실험을 시작해 연내에 실용화한다는 계획이며 장차 개인 간 국제송금에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실증실험은 태국에 있는 미쓰비시상사 자회사가 현지 아유타야은행(MUFG 계열)에 보유하고 있는 계좌에서 싱가포르 달러를 송금하면 미쓰비시상사의 다른 자회사가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싱가포르 지점에 개설한 계좌로 수령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보편화된 국제송금시스템은 직접 송금할 수 있는 은행끼리만 가능하므로 복수의 은행을 경유해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데 2∼4일이 걸린다. 경유하는 은행마다 수수료가 드는 것은 물론 의뢰자가 송금 경로 등을 잘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국제송금과 관련해서는 가상통화 비트코인을 이용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으나 가격의 급등락이 잦아 거액을 주고받는 기업 간 결제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중국 등 가상통화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국가도 있어 각국 통화를 단기간에 저렴하게 송금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쓰비시상사 등의 대기업은 한 달에 수 만 건의 국제송금을 하고 있어 새로운 시스템이 마련되면 기업의 해외전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