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를 둘러싼 '거품ㆍ사기'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미국 주류 금융권 일각에서 가상화폐 거래 사업을 조용히 확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둔 금융회사 '서스쿼해나 인터내셔널 그룹'은 최근 500명의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가상화폐 거래를 개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식, 선물, 상장지수펀드 등 전통적 투자 거래를 전문으로 해온 이 회사는 2년 전부터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사적인 가상통화 거래 전담 창구를 운영해오다 이를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공개 거래로 전환했다.
전 세계적으로 약 1천800 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서스퀘해나는 탄탄한 자금과 고객망을 바탕으로 가상화폐 거래를 더 확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금융시장의 변두리에 있던 가상화폐가 대형 주류 투자자들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장 최근의 징표"라고 말했다.
현재 뉴욕 증권 거래소의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털 거래소도 암호 화폐 거래를 위한 자회사 개설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형 투자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초 조만간 비트코인 파생 금융상품 거래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골드만삭스의 라나 야레드 이사는 "많은 고객이 새로운 가치 저장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원한다"고 말했다.
서스쾌해나의 디지털 자산그룹 책임자인 바트 스미스는 "비트코인과 다른 가상화폐들이 다양한 용도를 갖고 있다고 믿지만, 현시점에서 비트코인은 금보다 더 희귀성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2천100만 비트코인만 채굴할 수 있는 희소성이 이 온라인 통화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등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의 주장대로 가상화폐가 미래의 디지털 결제수단으로 사용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설사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해도 미래의 가치 있는 투자 자산으로 영속할 것이라는 게 골드만삭스나 서스쾌해나 측의 생각인 셈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애호가들은 대형 금융 기관의 비트코인 거래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NYT는 "대형 금융사가 비트코인을 금과 같은 투기 거래 자산으로 한정 지음에 따라 일상 거래에서 가상통화가 결제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점점 감소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5월 주주총회에서 "모든 가상통화에 대해 5년물 풋옵션(가격이 내리면 이익을 얻는 파생상품)을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살 것"이라며 가상통화는 투기나 도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