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의 거래 규모가 크게 확대될수록 신뢰성에 문제가 생겨 총체적인 가치 상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권위 있는 기관의 경고가 나왔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은 17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가상화폐의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신뢰와 효율성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BIS는 어떤 형태의 화폐이든 대규모 네트워크상에서 유통되려면 가치의 안정성과 효율적으로 거래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신뢰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각종 가상화폐가 의존하는 분산화 네트워크가 갖는 취약성 때문에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는 언제든 증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BIS는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개별 거래의 불변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뿐만 아니라 가상화폐가 그냥 기능을 멈춰 전면적인 가치 상실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BIS 조사국은 비트코인의 거래 수수료가 높고 초당 거래 취급 건수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들 네트워크가 커질수록 체증에 직면하기 쉽다고 경고했다.
신현송 BIS 조사국장은 주권국의 화폐는 사용자 덕분에 가치를 유지하지만 가상화폐는 순전히 투기적인 목적으로만 보유하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야구 카드나 다마고치에 비유하면서 "사용자가 없다면 무가치한 토큰일 뿐"이라고 말했다.
BIS는 올해 들어 여러 차례 가상화폐의 리스크를 경고했고 이날 발표한 24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그 연장선이다. 보고서는 분산 네트워크의 강점보다는 근본적 결함을 집중적으로 부각한 것이 특징이다.
BIS 연구진은 분산 네트워크가 현재 국가 결제시스템에서 취급하는 디지털 소매거래도 처리하게 된다면 이들이 주고받는 통신량이 스마트폰이나 서버를 압도할 정도로 방대해져 인터넷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가상화폐 열풍이 엄청난 전력 소비를 초래했고 조작과 사기에도 취약하다는 것을 또 다른 문제점으로 꼽았다.
BIS 연구진은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스위스의 연간 소비량과 맞먹는 전력을 소모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순식간에 환경적 재난이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BIS는 각국 중앙은행이 자체적으로 가상화폐를 발행하기 전에 잠재적 리스크를 신중히 검토할 것을 당부해왔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총재는 비트코인을 "거품과 폰지 사기, 환경 재난의 결합"이라고 지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