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 임종룡(63) 회장이 관치 논란을 이겨내고 취임했다.
임 회장은 차기 회장 후보가 되고 나서 부터 관치 금융 논란에 휩싸였다. 민간 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한 우리금융에 관료 출신 외부 인사가 수장을 맡게 됐기 때문이었다.
임 회장은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다. 행시 패스 이후 2009년 청와대 경제비서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임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직을 2년간 수행하기도 했다. 2013-2015년 농협금융 회장으로 있을 당시 임 회장은 농협금융의 실적 개선과 5대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이끌었다. 그가 회장으로 있던 2014년 농협금융은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62.3% 늘어났다.
같은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며 우리금융과 인연이 닿기도 했다. 당시 그는 인수 과정을 총괄했다. 이를 통해 농협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대폭 강화시켰다.
임 회장은 금융기관에 정부가 관여하는 '관치 금융'이라는 부분에 걸렸지만 파벌 싸움이 지속되고 있는 우리금융의 고질적 문제로 인해 외부 수혈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관치 금융 논란보다는 우리금융의 개혁 필요성에 더 많은 관심이 모인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로 유일한 외부 후보였던 임 회장은 쟁쟁한 내부 후보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내고 결국 우리금융 회장을 맡게 됐다.
우리금융의 파벌 문제를 내부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않은 후보가 풀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3일 임원 인사를 보면 우리금융지주·은행 인사에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각각 11명, 10명 등용됐다. 파벌 싸움 최소화를 위한 노력이 드러난 것을 볼 수 있다.
관치 금융 논란이라는 것은 오래 반복되는 일이다. 1970년대 시절은 정부가 금융관관을 통제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도 금융기관 인사에 있어서 정부 개입이 없지는 않다. 정부의 인사 개입이 없다고 믿는 금융인은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의 가장 큰 강점은 민관을 두루 거치며 쌓은 금융 전문성"이라며 "우리금융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 24일 우리은행 본사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임 회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임직원과 함께하면 좋은 금융그룹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