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금리를 인상했다.
이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틀간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BOJ 이사회는 7대 2의 표결로 단기 정책금리를 현재 0~0.1%에서 0.25%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BOJ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장의 지배적인 예상을 뒤엎은 이번 결정으로 단기 정책 금리가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과 함께 대규모 채권 매입 속도를 늦추기 위한 세부 계획을 발표하며 10년간의 대규모 부양책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한 또 다른 조치를 취했다.
또한 2026년 1월부터 3월까지 월 채권 매입 규모를 현재의 6조 엔에서 3조 엔(196억 달러)으로 약 절반으로 줄이는 양적 긴축(QT) 계획도 결정했다.
일본의 긴축 통화 정책으로의 전환은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됨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다른 주요 국가들의 광범위한 금리 인하 움직임과 크게 대조된다.
HSBC의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인 프레드 노이만은 “소비자 지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통화 당국은 금리를 인상하고 점진적인 대차대조표 축소를 허용함으로써 결정적인 신호를 보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기대치 상승은 BOJ의 지속적인 통화정책 정상화의 길도 열어준다. 큰 변수가 없는 한 BOJ는 내년 초에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하는 등 추가 긴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는 결과 발표 직후 0.8% 상승해 3개월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151.58까지 올랐지만 상승폭을 반납했다.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은 이 소식에 소폭 하락했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 마진이 개선되고 은행의 투자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본 은행주는 금리 인상 후 벤치마크 지수인 닛케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BOJ는 성명에서 임금 인상 폭이 확대되고 서비스 가격 인상을 통해 기업들이 인건비 상승을 전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견해에 근거했다고 밝혔다.
BOJ는 최근 어느 정도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 물가가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과도하게 치솟을 위험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OJ는 “실질 금리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BOJ는 경제와 물가가 최근 전망에 따라 움직일 경우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통화 완화 정도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31일 발표된 분기별 전망 보고서에서 BOJ는 2026 회계연도까지 인플레이션이 2% 내외에 머물 것이라는 4월의 전망을 대략적으로 유지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오후 3시 30분에 기자 회견을 열어 이번 결정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화를 끌어올리고 일본에 고통스러운 엔화 매도를 초래한 공격적인 긴축 사이클을 되돌리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은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은 수요일 늦은 회의에서 정책을 변경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빠르면 9월에 금리 인하의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10일부터 18일까지 로이터 통신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제학자의 4분의 3 이상이 이번 달 BOJ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BOJ는 지난 3월 급진적인 경기 부양책에서 벗어나 마이너스 금리와 채권 수익률 통제를 끝냈다.
우에다 총재는 임금 상승이 서비스 가격을 지지하고 인플레이션을 2% 목표치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확신하면 금리를 더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인플레이션이 예상대로 2%를 지속해서 기록할 경우 BOJ는 향후 몇 년간 단기 금리를 성장을 냉각하거나 자극하지 않는 수준(분석가들이 0.5%~1.5% 사이로 보는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기별 보고서에서 BOJ는 기업들이 이미 가격과 임금을 인상하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이전보다 엔화 움직임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올해와 내년 모두 물가 전망에 대한 리스크가 상승 쪽으로 치우쳐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에 대한 중앙은행의 경각심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