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설계 라이선스를 두고 16일(현지 시각) Arm과 퀼컴의 격렬한 법적 분쟁이 재판을 앞두고 있다.
세계 최대 칩 회사이자 전 동맹국이었던 두 회사가 14억 달러(약 2조113억원) 규모의 스타트업 인수를 두고 어떻게 서로를 적대시하게 되었는지를 밝힐 중요한 법정 싸움이 벌어질 예정이라고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약 일주일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델라웨어주 재판에서는 Arm의 최고 경영자 르네 하스와 퀄컴의 최고 경영자 크리스티아노 아몬의 증언이 예정되어 있다.
이 분쟁의 핵심은 2021년 Arm의 칩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보유한 산타클라라 소재 칩 설계업체 누비아(Nuvia)를 퀼컴이 인수한 것이다.
동시에 퀄컴은 Arm의 최대 고객 중 하나로, 칩 설계의 기초로 사용되는 Arm 아키텍처에 대한 자체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지원을 받는 Arm은 퀄컴이 인수 후 누비아의 라이선스를 이전하는 데 필요한 동의를 얻지 못했으며, 현재 누비아의 허가 없이 Arm의 지적 재산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퀄컴은 Arm과의 기존 라이선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Arm은 자사의 지적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퀼컴을 고소했다.
Arm의 34년 역사상 이렇게 과감한 조치를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기밀 라이선스 계약이 공개 법정에서 전면에 드러나게 되었다.
반면, 퀄컴은 2019년에 합의로 끝난 광범위한 소송에서 퀄컴 특허에 이의를 제기한 애플과 같은 기업들과 맞붙은 적이 있어 지적 재산권 분쟁이 낯설지 않다.
Arm의 이러한 움직임은 두 회사가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함에 따라 더 높은 로열티율을 압박하고 제품 로드맵을 방해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누비아 기술은 퀄컴의 PC, 휴대폰, 차량용 스냅드래곤 프로세서에 사용되어 왔다.
올해 출시된 새로운 스마트폰 프로세서는 삼성과 같은 회사에서 채택했으며, PC 칩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델(Dell)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Arm은 금전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대신 법원에 퀄컴이 자사의 지적 재산을 침해한 것으로 확인된 제품을 폐기하도록 명령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지난 10월, 하와이에서 열린 연례 컨퍼런스에서 Arm은 퀄컴이 침해 혐의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해지하겠다고 공식적으로 통보했다.
이러한 극단적인 조치는 대부분의 신제품을 Arm 아키텍처에 의존하는 퀼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작년 성공적인 기업공개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열기를 타고 생태계의 범위를 넓히려는 시점에 중요한 고객을 잃게 될 수도 있다.
퀄컴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Arm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rm에 의해 촉발된 60일간의 통지 기간(퀄컴이 우려 사항을 해결하지 않으면 라이선스 상실에 직면하게 됨)은 재판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만료될 예정이다.
누비아는 애플의 전 최고 칩 디자이너였던 제라드 윌리엄스가 공동 설립하고 이끌었으며, 현재 퀄컴의 수석 엔지니어로 재직 중이며, 이 역시 재판에서 증언할 예정이다.
Arm이 배심원단을 설득하면 해당 사건을 감독하는 연방 판사 메리엘렌 노레이카가 어떤 배상금을 부과할지 결정하게 되며 어느 쪽이 패소하든 항소할 가능성도 있다.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라스곤은 “핵무장을 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다"라며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합의를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