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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문기 미주한인총연합회장 "복수국적 허용, 최대 수혜처는 대한민국"

재외국민 참정권이 허용되면서 정치권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지만 정작 재외한인 동포사회의 목소리는 전달되지 않고 있어 국내외 정치 지도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본인의 저서 '해외동포 참정권과 복수국적'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남문기(57·사진) 미주한인총연합회 총회장은 "재외동포 참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동포사회에 대한 오해로부터 야기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국내 정치인들의 재외동포사회 비판은 유감

일부 동포사회와 국내 정치인 일각에서 제기된 재외동포 참정권 허용으로 인해 한인사회가 분열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남문기 회장은 "동포사회의 정치모습은 한국 정치사의 자화상이며, 발전을 위한 분열로 봐야 긍정적인 결론이 나온다"면서 "분열이라는 논제를 놓고 해외동포들의 참정권을 부정하려 한다면, 오랜기간 지역과 지역이라는 분열 된 정국을 유지해온 한국 정치 역시 국민의 정치 참여를 부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또한 남 회장은 "한국의 정치인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연봉 1억에 가까운 급여를 받고, 공무 집행시 판공비까지 지급 받는 데 반해 한인회장은 무료 봉사직이며 사재를 털어 한인 사회에 봉사한다"면서 국내 정치인들의 동포사회 비판을 일축했다.

◆ 재외동포에 대한 이미지 변화가 필요해

한국 내에 재외동포에 대한 이미지가 왜곡되어 있어 논란이 되기도 한다. 일부는 재외 동포를 국적을 버린 '매국노'로 취급하거나, 납세나 병역 등 국가에 의무를 다하지 않는 주제에 정치 참여를 통해 이익을 취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 동포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따름. 멀리 일제치하에서는 이역 만리에서나마 독립자금을 조성하고 군사 훈련으로 무력항쟁을 준비하기도 했고, 가깝게는 지난해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재외교포단체와 흥사단 등 100여개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한국산 제품 구입을 장려하는 'BUY KOREAN'을 벌이고 있다. IMF 시기에는 국내의 금모으기 운동에 적극 동참했으며, 최근 금융위기로 한화가 폭등하자 정부는 미주 동포를 상대로 예금 운동을 벌여 달러 확보에 나서고자 하는는 등의 움직임이 있기도 했다.

"현행 참정권의 수혜자인 이민 1세대의 이민은 '생존'에 대한 문제로 접근해야지 이들이 나라를 버리려고 이민을 오고, 국적을 버린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남 회장은 이민자들이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삶의 터전이 한국이 아닌 이상 그 나라의 국민이 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즉, 이들의 이민은 외국 국적 취득이 목적이 아닌 먹고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인 병역에 대해 남 회장은 "한국에 군대를 다녀오지 않는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는 많지만, 병역 마치지 않은 이민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일침하고는 "납세의 의무는 여러 선진국이 시행하는 '복수국적'을 허용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 오해받는 것도 억울한데 역차별까지

"한국에서 1,300원 하는 소주가 미국에서는 무려 15달러로 한국에서보다 10배가 넘게 비싸게 판매되기도 하고, 한국의 대기업이 한인타운에 들어와 중소기업을 고사시키고 한인을 상대로 이익을 내지만 이들 기업의 사회 환원은 제로(0)에 가깝다"

남 회장은 “특히, 한국 국적기의 항공요금은 동일한 노선의 타 항공사와 비교해서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어가 서투른 이민자들은 한국말이 통하는 국적기를 울며 겨자먹기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남 회장이 LA한인회장 임직 당시 해당 항공사에 보이콧을 벌이자는 압박이 자주 들어왔다고 한다. 이같은 문제는 비단 미주한인에게서 뿐만 아니라 한인 거주자가 많고 국적기의 직항 노선이 운행되는 지역에서도 동일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이 가장 즐겨 마시는 소주의 경우 물(?) 건너왔다는 이유로 양주값을 웃도는 가격이 된다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남 회장은 "이 같은 불만은 해당 기업이 양심적인 사회환원에 힘을 쓴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LA 한인사회의 저명인사로 오랜 세월을 보내며 지켜본 결과 한인을 상대로 한 한국 기업 중 동포사회를 위해 환원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 재외한인과 복수국적자는 대한민국의 숨은 힘, 반드시 허용해야

남문기 회장의 비단 참정권 뿐만 아니라 아예 복수국적을 허용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동포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복수국적을 주장하는 부류는 이민 1세대이다. 어차피 이민 2세들은 한국 국적에 관심이 없다. 하지만 그들에게 합법적인 국적을 부여함으로써 그들이 본인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식하게 만들어야한다"

이스라엘의 경우 복수 국적을 허용하고 강력한 자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 둠으로써 타국에서 살더라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이 남 회장의 주장이다. 미국을 움직이는 가장 막강한 힘이 유대인이라는 점과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볼 때 이 주장은 큰 설득력을 얻는다.

이밖에도 재미 동포의 사업장에서 잔일을 도맡아하는 히스패닉, 특히 멕시칸의 정치력은 불법체류자의 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보다 더 막강하다. 비록 본인은 불체자일 망정 미국에서 출산한 자녀들이 결국 시민권자이기 때문이다. 즉, 한국도 복수국적이 허용되어 미국 투표권자를 보유하게 되면 미국 사회에도 막강한 정치력을 발휘될 수 있게 되어 국익에 이바지 하게 된다.

◆ 세계화 시대에는 글로벌 리더와 네트워크가 살길

“대한민국은 이제 국제적 감각을 갖춘 정치리더가 필요하다. 국제 감각 없이는 복수국적을 활용한 동포사회와의 네트워크를 절대 이뤄낼 수 없다. 부디 세계화를 온전히 이룰 리더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남문기 회장은 전 세계에 퍼져있는 한인동포사회를 방문하여 네트워크 구축을 꾀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유럽 한인회를 방문하여 교류를 넓히고 미국 각지 한인회를 다니며 결속을 다지는 등 동포사회 세계화에도 힘쓰고 있다.

또한, 그는 복수국적과 재외동포 참정권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몰아가는 분위기를 우려했다. 한국과 재외국민 사이에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동포사회와 본국 국민사이의 오해를 풀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는데, 그는 22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오후 2시부터 출판기념회를 열고 해외 한인 참정권과 복수 국적에 관한 내용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남문기 총회장은...
건국대 행정학 학사·경영학 석사, 미국 PSU에서 DBA Corse 수료. 100만 한인을 대표하는 LA한인회장을 거쳐 현 뉴스타 그룹 회장, 미주한인상공인총연합회 총회장,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총회장 역임 중이다. 1982년 300달러를 들고 도미(渡美)하여, 창사 17년만에 30억 달러(3조 3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금의 뉴스타 부동산 그룹을 일궈내고 연일 성공신화를 이어가는 주인공. 단일 부동산 회사로 미국 내 메이저 회사를 포함하여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미주·캐나다·한국 등에 위치한 50개 지점에서 1,400여명의 에이전트가 활동 중이며, 10만 달러(1억 1천만원) 이상의 연간 소득을 올리는 탑에이전트만도 300여명 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