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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기본훈련기 KT-1 20대 페루 수출 성사… 브라질 벽 뚫어

[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국내 기술로 개발된 KT-1 기본훈련기의 페루 수출이 성사됐다.

남미 지역에 대한 방산 수출은 이번이 처음으로, 브라질이 장악하고 있는 남미 방산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최근 방산시장에서는 방산물자의 투명한 거래와 기술이전, 교육 협력 등 구매국과 수출국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정부 간 거래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는데, 페루 공군이 지난 1980년대 도입한 브라질 훈련기를 교체하면 이뤄진 이번 계약 역시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이뤄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RTA)와 방위사업청은 7일 2억달러(2180억원) 규모의 페루 공군 훈련기 교체 사업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수주, KT-1 20대를 정부간 거래방식으로 공급하게 됐다고 밝혔다.

KT-1 수출은 2001년 인도네시아와 2007년 터키에 이어 세 번째다.

총 20대 중 4대는 KAI가 직접 생산해 납품하고 16대는 페루 현지에서 생산된다.

KT-1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KAI가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독자모델 항공기로, 2000년부터 100여대가 우리 공군에 인도돼 기본훈련기와 무장을 탑재한 경공격기로 운용되고 있다.

KT-1은 길이 10.26m, 폭 10.59m, 높이 3.68m로 최대 속도는 시속 574㎞다.

KAI는 계약 체결 직전까지 브라질의 엠브레어사와 치열한 경합을 벌였으나, 우리 측의 공동 생산과 기술이전 제안이 주효해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KAI는 페루 정부가 추진하는 고용창출 정책에 착안, 페루 업체와의 KT-1 공동 생산 및 마케팅, 항공기술 교육 등을 제안했다.

또 KT-1 시뮬레이터 제작을 지원하고 무인항공기(UAV) 기술을 전수하는 한편 공동 생산에 대비해 페루 공군정비창 생산시설 개량을 지원키로 했다.

정부와 KAI는 국산 항공기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남미시장 공략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고 민·관·군 공동으로 수주전을 벌여왔다.

정부는 사업기간 동안 총 5차례에 걸친 정상회담과 3차례의 의원 외교 활동을 통해 KT-1 수출을 지원했다.

국방부의 A-37(경공격기) 잉여물자 제공과 방사청이 체결한 양국간 포괄적 방산·군수협력 양해각서(MOU) 등도 페루 측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KT-1이 경쟁기종에 비해 30% 저렴한 유지비 등 우수한 경제성을 갖고 있으며 대테러 및 반군진압 등 페루에 적합한 최적의 성능을 보유중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정부는 이번 수출을 계기로 향후 KT-1급 기본훈련기 수요만 200여대 이상이며 브라질이 독점하고 있던 중남미지역 추가 수출은 물론 페루와 항공기 수요가 비슷한 필리핀, 콜롬비아 등 잠재 수요국 대상 수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노대래 방사청장은 "이번 페루 수출을 통해 동남아와 유럽에 이은 거대 남미시장의 수출 교두보를 확보했다"며 "향후 한국 방산업체의 남미시장 진출 확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 수출을 위해서도 이라크, 칠레, 필리핀, 미국 등과 접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