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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흑인집사의 `귀환'>

2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려고 워싱턴 D.C.를 가득 메운 인파 속에서 올해 89세의 유진 앨런도 첫 흑인 대통령의 탄생을 조용히 지켜봤다.

앨런의 감회는 남달랐다. 그는 1952년부터 34년간 백악관에서 집사로 일했던 흑인이다. 당시는 그가 백악관의 뒷문만을 이용해야 할 정도로 흑백 인종차별이 엄존했던 시절이었다.

대통령 취임식장 초청 인사석에 앉은 앨런은 21일자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 인터뷰에서 "나는 (흑인 대통령의 탄생을)결코 상상할 수가 없었다"면서 "1940년대와 1950년대 미국에서는 할 수 없어야 할 많은 일이 있었으며 그때는 지금과 같은 순간을 꿈조차 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앨런의 이야기는 지난해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워싱턴포스트에 처음 소개되면서 알려졌다.

그는 트루먼 행정부에서 백악관 생활을 시작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보좌했다.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계기로 그는 대통령합동 취임준비위 측으로부터 취임식 초청을 받았다.

지난해 대선 때 앨런은 65년을 해로한 부인 헬렌(86)과 함께 오바마 후보를 찍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헬렌은 선거 전날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앨런은 대통령 취임식 초청을 받고 깜짝 놀랐다. 그는 "여러 명의 대통령을 보좌했지만, 그동안 한 번도 취임식에 참석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취임식장에는 앨런이 백악관에서 근무하면서 만찬 때 차와 과자, 샴페인을 나르면서 봤던 인물들이 눈에 띄었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이 바로 그들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연설을 마쳤을 때 앨런과 그를 취임식장까지 모셔온 아들 내외의 눈은 기쁨으로 빛났다.

"내 생애에 수많은 연설을 들어봤지만 이런 연설은 없었다. 그것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고 앨런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