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최신호(3/4월호)에서 세계 금융위기가 가져온 의외의 결과들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미국 터프츠대 대니얼 드레즈너 교수는 이 잡지에 기고한 `금융위기의 뜻밖의 결과 13가지'라는 글에서 각국 정부가 금융위기 덕분에 훌륭한 공무원을 채용할 수 있게 된 점을 우선 꼽았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몇 년간 국제문제에 정통한 젊은이들이 모두 월가로 몰려가는 바람에 외교관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경제위기 때문에 공무원이 단연 안정된 직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좀 더 부패해질 수도 있다. 경기침체로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가 줄면서 모든 기업인이 정부조달 계약을 따려고 매달리기 때문이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동안 부패지수가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경기침체가 지속할수록 온실가스 방출량이 줄어 흐린 하늘이 조금은 맑아질 수 있다.
복음주의 교회도 번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데이비드 베크워스 텍사스주립대 교수는 1968~2004년 경기침체기마다 복음주의 기독교 교회 신자가 50%씩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드레즈너 교수는 또 지금 아이들이 장차 알뜰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어릴 적 거시경제학적인 환경이 자라서 금융활동에 깊은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경제위기가 군대도 강성하게 만든다. 경제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18∼24세의 젊은이들이 입대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미국 육군은 지난해 4·4분기 동안 5년 만에 처음 모병 목표를 초과했다.
또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주장했던 `세상이 평평해지는' 일은 더는 없을 것이라고 드레즈너 교수는 지적했다. 경제위기로 각국은 보호주의와 무역장벽의 유혹에 넘어가고 있고 외국여행과 유학도 대폭 줄었다는 것이다.
잡지는 이밖에 ▲공립학교가 어려워진다 ▲노인들이 은퇴를 연기한다 ▲자본주의 위기론자가 바빠진다 ▲대공황 관련 책이 잘 팔린다 등을 경제위기가 초래한 예상치못한 결과로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