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과 승무원 135명을 태운 터키항공 여객기(TK1951)가 25일 오전 10시31분(이하 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인근 들판에 추락해 탑승객과 승무원 등 9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부상했다고 관계 당국이 밝혔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고가 난 여객기(보잉 737-800)는 활주로에서 500여m 떨어진 들판에 추락하면서 충격으로 동체가 세 동강 났고 암스테르담 주택가 외곽 부근에서 멈춰 섰다. 항공사 측은 부상자 가운데 25명은 중상이어서 사망자수는 더 늘어날 수 있으며, 사망자 중에는 승무원들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사망자들의 구체적인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사고 직후 10여대의 구급차와 3대의 헬기가 출동, 사망자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옮겼다.
당초 터키항공 관계자와 터키 교통부장관 등은 사망자가 없다고 밝혔으나 스키폴 공항이 위치한 할레머미어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9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부상했으며 이들 중 25명은 중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기의 엔진 2개 가운데 한 개는 바로 앞에 거의 손상되지 않은 채 떨어져있고, 또 한 개는 200m가량 떨어진 곳으로 튕겨 나가 파손된 채 발견됐다.
현지 언론들은 사고기가 진흙으로 덮인 들판과 충돌하면서 상당 부분 충격을 흡수했고, 추락 당시 엔진이 떨어져 나가면서 동체에 화재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대형 인명 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비날리 일디림 터키 교통부장관은 "더 이상의 사상자가 없는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터키항공의 최고경영자인 칸단 칼리테킨은 사고기의 착륙 당시 시계는 4천500m 정도로 매우 좋았으며, 착륙을 500m 정도 남긴 상황에서 활주로 대신 들판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비행기 정비 자료도 검토했으나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조종사도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었다고 덧붙였다.
국제항공기조종사협회의 기딘 에버스 대변인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 항공기의 경우 착륙이 어려울 경우 다른 공항으로 회항하는 경우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연료도 충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경찰은 테러 가능성도 일축했다.
탑승자였던 케렘 우젤은 터키 NTV 뉴스에서 사고 여객기가 들판으로 추락하기 직전 동체의 꼬리 부분이 인근 고속도로의 가장자리와 부딪혔다며 "고도 600m 부근에서 비행기가 착륙할 것이라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기가 마치 난기류에 떨어진 듯 급격히 하강했고 비행기의 꼬리 부분이 갑자기 바닥을 친 뒤 고속도로의 측면에서 들판으로 미끄러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탑승자는 "우리는 정상적으로 착륙하던 중 갑자기 허공으로 떨어져 비행기가 균형을 잃으면서 곤두박질치다 추락했다"며 "이 모든 게 3초에서 5초 사이에 벌어졌다. 그리고 공포가 뒤따랐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8시22분께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을 출발한 사고기에는 터키인 72명, 네덜란드인 32명 외에 다른 외국인들이 탑승해 있었다. 스키폴 공항은 승객수에서 유럽에서 5번째로 큰 공항으로 국제공항협회(ACI)에 따르면 2007년 4천800만명의 승객들이 이 공항을 거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