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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도전'에 나섰던 한국 야구가 정상 일보 직전에서 아쉽게 물러나고 말았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 결승전에서 3-3으로 팽팽히 맞선 10회초 믿었던 임창용이 스즈키 이치로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해 3-5로 패하고 말았다.
이로써 3월 한달동안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야구대표팀은 3년 전 1회 대회에서 4강에 이어 두번째 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승에 오른 것에 만족해야 했다.
반면 1회 대회 우승국 일본은 대회 2연패를 이룩했다.
처절했던 한국과 일본의 5번째 `야구전쟁'은 참으로 아쉽게 결말이 나고 말았다.
한국은 2-3으로 패색이 짙던 9회말 이범호가 극적인 적시타를 날려 3-3 동점을 만들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지만 끝내 역전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일본 선발투수인 이와쿠마 히사시의 공을 공략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지난 해 일본 퍼시픽리그에서 다승왕, 탈삼진왕, 방어율 1위 등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던 이와쿠마는 8회 2아웃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삼진 6개를 뽑았고 4안타 2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틀어막았다.
타선이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한국은 초반부터 위기의 연속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을 상대로 2승을 올렸던 봉중근은 선발 등판했지만 지쳤는지 볼끝의 위력이 다소 무뎌졌고 투구수도 많았다.
1회와 2회 실점 위기를 힘겼게 넘긴 봉중근은 그러나 3회초 선두타자 나카지마 히로유키에게 내야안타를 맞고 아오키 노리치카를 2루수 실책으로 출루시킨 뒤 1사 1,3루에서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선취점을 허용했다.
계속해 1사 만루까지 몰렸던 봉중근은 쿠리하라를 병살타로 처리해 추가 실점을 막았지만 5회초 무사 1,3루를 자초해 결국 정현욱으로 교체됐다.
정현욱이 마운드를 지키는 가운데 한국은 5회말 유일한 메이저리거인 추신수의 방망이가 폭발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추신수는 볼카운트 1-1에서 일본 선발 이와쿠마 히사시의 3루째 몸쪽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가운데 펜스를 넘어가는 통렬한 솔로아치를 그렸다.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에서 3점홈런을 날린 데 이어 2경기 연속 홈런.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는듯 했지만 정현욱은 7회에 갑자기 흔들렸다.
정현욱은 무사 1,3루에서 나카지마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1-2로 뒤졌고 8회에는 1사 뒤 우치카와에게 우전안타를 맞았고 한국 벤치는 류현진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실점을 막아내진 못했다.
류현진은 선두타자 이나바에게 1루 베이스를 타고 넘어가는 2루타를 맞은 뒤 이와무라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점수 차가 1-3으로 벌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은 호락호락 주저앉지는 않았다.
한국은 8회말 이범호가 우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후속땅볼로 3루까지 진루한 뒤 대타 이대호의 큼직한 중견수 플라이때 홈을 밟아 2-3으로 따라붙었다.
9회에는 2사 1,2루에서 다시 이범호가 극적인 좌전 적시타를 날려 3-3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10회초 임창용이 우치카와와 이와무라에게 안타를 맞아 2사 2,3루로 몰린 뒤 이치로와 끈질긴 승부 끝에 2타점 중전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아쉽지만 한국으로선 모든 여정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결승전 연장 접전 끝에 아쉽게 패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일본과 5차례 맞붙은 끝에 2승3패로 뒤져 역대 WBC 통산 성적은 4승4패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