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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여파에 공장도 내놨다

금융위기와 불황의 여파로 경매시장에 공장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조선소를 포함해 올해 경매로 팔려나간 공장이 1조1천억원을 넘었다.

29일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경매 진행된 건수는 3,657건으로 작년 2,693건보다 1천건 가량 많다. 작년에 비해 한 달에 약 100건 가량이 더 경매처분 된 탓에 지금까지 경매로 팔려나간 공장의 낙찰가는 총 1조1145억이 넘어 작년 동기간에 매각된 9,259억원 보다 1,900억원이 증가한 셈이다.

이들 공장의 상당수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내수와 수출이 막히고 금융기관이 대출을 옥죄던 지난 겨울의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연초부터 봄 사이 경매 신청된 것이 많다.

또 올해 공장경매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50억 이상의 대형 공장이 늘어난 것을 꼽을 수 있다. 부산지방법원에서 오는 1일에 경매되는 부산 사하구 구평동에 위치한 Y조선소의 감정가는 290억6700만원이다. 감천항만의 공장 부지 2,1614㎡와 공장 건물 1,704㎡뿐만 아니라 수십억 원에 달하는 선박 관련 기계기구가 포함되어있다. 이 공장은 올해 경매시장에 등장한 공장물건 가운데 금액이 가장 큰 것이다.

▲ 부산 감천만에 위치한 감정가 290억원의 조선소가 10월1일 부산지방법원 8계에서 경매된다. 올해 공장경매물건 중 최고가다. (사진=지지옥션)
▲ 부산 감천만에 위치한 감정가 290억원의 조선소가 10월1일 부산지방법원 8계에서 경매된다. 올해 공장경매물건 중 최고가다. (사진=지지옥션)

Y조선소 경매는 채권자 S은행이 대출해준 130억원을 회수하기 위해 작년 9월 법원에 경매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등기부 상의 채권 액을 모두 합하면 248억원 가량이 된다. 지난 8월 27일 첫 경매에서 유찰된 이후 내달 1일 최저가 232억5300만원에 2회차 경매를 앞두고 있다.

경매 나온 대형 공장의 업종과 지역도 다양하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주방 및 거실 붙박이 가구 전문업체인 D기업의 공장도 불황의 한파가 몰아치던 올해 1월에 경매 신청됐다. 감정가 175억원인 D공장은 토지 총 9,302㎡와 공장 면적 10,924㎡, 기계 65점이 함께 경매 붙여져 지난 7월 24일 감정가의 72.5%인 127억50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를 신청한 S은행이 받아야 하는 133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S은행을 포함해 등기부상의 총 채권액이 무려 242억원에 달한다.

LCD공정장비 및 반도체 제조용 생산장비를 만드는 화성시에 소재한 K공장(토지 31,685㎡, 건물 9,340㎡)도 9월 15일 낙찰됐다. 감정가 168억원에 달하는 이 공장은 3월에 경매 접수된 뒤 8월에 첫 경매 일자가 잡혔으나 유찰됐고 한달 뒤 140억원에 팔렸다.

경기에 민감한 공장 경매시장이 최근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변화가 일고 있다. 경매진행건수가 8월 이후 꺾이면서 경매 물량이 감소하고 있다. 반면 낙찰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연초 55.7%의 낙찰가율을 기록하며 감정가의 반토막에 팔리던 것이 2월부터 60%를 넘어섰고, 여름 이후 60%대 후반으로 오르더니 8월과 9월 연속 70%를 상회했다. 경기 회복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9월의 공장 낙찰가율은 연초대비 15.4%p 높아졌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낙찰가가 회복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예년수준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며 “공장은 금융기관의 대출액이 과다한 경우가 많고 관련업체들간의 채무관계가 얽혀있어 헐값에 낙찰이 되면 은행부실과 업체들의 줄 도산 같은 사회•경제적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