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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천영래, ‘홍대 얼짱’보다는, ‘거제도 남자’ (인터뷰)

최근 미국 하와이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린 ‘신비주의 여배우’ 이영애가 편한 검정색 톱에 흰색 가디건을 걸치고 화장기 없는 모습으로 입국해 세간에 화제를 모았다.

이영애의 분위기와 천영래의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오버랩되어서일까? 

신예 천영래와 첫 대면을 한, 기자는 “이 사람 또한 ‘신비주의’ 콘셉트에 열광하는 한 연예인인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의 외모에서 풍겨지는 분위기만을 보고 ‘신비주의 천영래’로 대면했던 것이다. 게다가 천영래는 이영애를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여자”라고 설명하며 이상형으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도 잠시, 기자는 천영래와 몇 마디 나누지 않았음에도 외모에서 풍겼던 ‘카리스마’이미지 보다는 오히려 거제도 출신의 바닷냄새 ‘물씬’ 풍기는 ‘소탕’하고 ‘소박’하며 ‘솔직’ 담백한 ‘3ㅅ’(?)라는 그의 모습에 더욱 끌렸다.

천영래는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떠나, 최근 출연하게 된 판타지 미스터리 드라마인 ‘도플헌터’에서는 외모와 딱 어울리는 차갑지만 희생적인 ‘K’ 역을 맡았다. 극 중 대천사장 ‘미카엘’의 호위대장인 K를 연구하기가 녹록지 않았다는 천영래는 고심한 끝에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에서 서태웅의 모습을 연상했다고 한다. 서태웅보다 더 딱딱하고 무감정한 불멸의 천사 K 캐릭터를 통해 천영래는 자신 안에 없는 끼를 무한발산해 보인다고.

“처음엔 인간미라고는 없어 보이는 K 역할을 분석하기란 쉽지 않아죠. 내 성격과는 너무나 달랐고, 닮은 구석이 한군데도 없었으니깐요”(웃음)

그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은, 천영래를 발탁한 감독도 기자와 같이, 천영래가 주는 외적인 이미지만 보고 “완벽 캐스팅!”이라고 손뼉을 쳤을지도 모른다는 것.

하지만,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와는 달리 천영래는 실제 스무 살까지 거제도 밖을 나가보지 않았던,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다.

태어나서 대학입학 전까지 거제도 앞바다를 놀이터 삼아 수영을 즐기기도 하고, 인물사진은 찍기 싫다고 하며 가끔, 거제도 바다를 돌며 카메라에 풍경을 잔뜩 담아보기도 했다. 대학입시 때는 주변인에게 칭찬받은 그림 실력을 가지고 원하는 미대에 입학했다. 또한 예능계통에는 전반적으로 관심이 많았던 터라 피아노를 특기로 내세워 음악과를 지원할까도 생각했단다. 그가 미술을 택할 줄은 몰랐다는 주변인들은 “운동을 좋아하는 영래가 체육학과를 지원하지 않을까?”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운동을 무척 좋아해요. 성격이 활동적이고 명랑한 편이라 혼자만 즐기는 등산 같은 것보다는 축구, 농구, 수영 등 상대와 승부를 겨루는 운동을 선호하죠“

“한번은 친구들이랑 거제도 바다에서 수심이 깊은 등대저편까지 가는 내기를 하는데, 위험 구역까지 들어가게 돼서 해양안전구조원들에게 포착돼 다시 헤엄쳐서 돌아와야 했던 적도 있었죠”(웃음)  

이런 다재다능한 끼를 주체 못하는 천영래가 학창시절부터 간직해 온 꿈은 운동도 음악도 미술도 아닌, ‘연기’를 하는 배우였다.

“중학교 3학년 때, 드라마 ‘겨을연가’가 친구들 사이에서 한창 인기를 끌었는데, 방송부에 들어가 3개월 동안의 합숙훈련을 통해 연기라는 것을 진지하게 접했어요. 그때 ‘연기는 다양한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에게 연기가 또 다른 세계를 맛볼 수 있는 통로로 다가온거죠”

배우가 꿈이지만 첫 데뷔를 모델 활동으로 시작한 천영래는 “항상 멋있어야 하는 모델은 싫어요”라고 잘라 말한다.

“‘너 정말 안 꾸민다’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전 편한 스타일을 추구해요. 그래서 가식적인 모습에는 질색을 하죠 (흰색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아장아장 걷는 꼬마아이를 보며) 보통 저런 차림으로 입고 다녀요”(웃음)

연기 캐릭터 선택에 있어 만큼은 다양하게 하고 싶다는 그는 마치 흰색 도화지에 여러 가지의 색을 흩어 뿌리듯이 ‘사이코 역할’부터 시작해 ‘사랑에 빠진 매력적인 드라큘라 백작’,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 ‘세상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등 가지각색의 배역을 꼽았다.

그래서인지 천영래는 “멋진 외모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을 버릴 줄 아는 연기자 차승원 선배님과 연기에 미쳐 제정신으로 사는 것 같지 않은 조니 뎁이 롤모델”이라고 밝히며 그들을 선망하는 마음을 전했다.

더불어 실제 천영래를 배우로 이끄는 멋진 배우들보다, 더 강렬한 원동력은 ‘가족’임을 알게 됐다.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하면, 저에겐 남동생이라고 할 수 있죠.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좋아해요.  항상 붙어있어서 그런가 봐요. 또 어머니는 저에게 늘 ‘아버지처럼만 되라’고 말씀하셨어요. 아버지처럼 성실한 분이 없으신 것같아요. 저 또한 아버지를 저의 영웅으로 삼고 있거든요”

“서울에 와서도 힘들 때는 가족을 생각하면 힘이 나요. 지금도 가족은 너무 보고 싶은 존재예요. 말 그대로 절 이끄는 원동력이죠”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천영래와 인터뷰를 마친 기자는 첫 대면 당시 천영래를 보고 느꼈던,“‘홍대얼짱’? 출중한 외모에 ‘신비주의자’ 신예?”라는 생각은 송두리째 사라졌다. 결론은 천영래는 꾸밈없는 내츄럴한 청년이라는 것이었다.

비쥬얼에만 국한됐던 나의 좁은 시야가 이영애를 ‘신비주의자’로 몰아갔듯이, 그저 편안함을 선호했던 것뿐인 천영래도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운 청년으로 오해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봤다.

마지막으로 천영래가 한 말이 떠오른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죠. 노력하고 얻는 것이 더 매력적이거든요. 그래서 전 편한게 좋아요” (사진=민보경 기자)